"어머 저 신발 매장은 아직도 있네! 세상에나! 이게 얼마 만에 오는 대학로인지 모르겠다."
"엄마 배고프지? 뭐 먹을까?"
"딸하고 오랜만에 데이트한다고 아빠가 어제 카드 줬어. 우리 맛있는 거 먹자."
그냥 길을 걸을 뿐이데 우리 둘을 참 들떠있었다.
젊은 아이들이 모여있던 인생네컷을 들어갔다.
가발을, 카우보이 모자를, 웃긴 안경을 쓰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뽀얀 조명 아래에서 이쁜 척하는 우리 모습을 보며 한동안 웃었다.
한 손에는 사진, 다른 한 손에는 음료를 들고 마로니에 공원을 걷다가 버스킹 공연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낯선 사람이 부르는 익숙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엄마, 이제 가야겠다. 2시 30분이 다 됐어."
"여기서 멀어?"
"아니 바로 요기. 길 건너 빨간 건물들 있잖아. 저기야 방송통신대 본부가."
나의 목적지는 방송통신대 서울본부 대학로 캠퍼스다.
한 달 전 학교 공지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
'이런 행사도 있구나-' 하며 지나치려다 시선을 확 끄는 문구를 보았다!
순간 엄마가 머리를 스쳤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온라인으로 신청가능했다. 선착순이 아닌 신청 후 당첨 발표되는 방식이었다.
더 고민할 게 없었다.
우선 당첨이 돼야 가든지 말든지 하니까 신청이 먼저였다.
그렇게 강연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의 부재중 전화가 한통 찍혔다.
10분 전쯤 온 전화라서 발신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문자가 도착했다.
방청 당첨을 축하하는 문자였다!
참석은 1인이나 2인 가능했고 입장할 이름을 정확히 적어야 했다.
아직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은 상태였지만 난, 나의 이름과 엄마 이름을 당당히 적었다.
법륜스님이다!
절에 다니는 엄마는 없는 시간도 만드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엄마와 방송대 디지털미디어 센터 건물로 들어섰다.
입구에 붙어있던 법륜스님 포스터 앞에서 엄마의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v
1층 로비에서 자리 번호를 배정받고 4층으로 올라갔다.
우와! 이곳은 방송국이었다.
"아~ 생방송이라더니 진짜구나."
교내 이런 시설이 있다니 신기하고, 뭔가 돈 많은 친구가 생긴듯이 든든하기도 했다.
스텝분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강연중 사진 촬영 절대 안 되며 전화는 전원을 모두 꺼달라고 했다.
진동이 울리면 마이크에 소리가 들어갈 수 있어 전원을 완전히 꺼달라 거듭 부탁했다.
모든 사람들이 전원을 끄는 듯 보였다.
하지만 따르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강연 진행 중에 두 번이나 전화벨이 들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3시가 되자 승복을 나부끼며 법륜스님이 등장하셨다.
영상에서 보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1시간의 강의 후 스님의 시그니처인 즉문즉설이 진행되었다.
사춘기 아이 셋을 둔 엄마의 고민, 신입 소방관의 고민, 72세 솔로의 고민 등 모두 자신의 상황을 그림 그리듯 모두에게 펼쳐놓았다.
스님은 고민에 정성스러운 답변을 해주셨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2시간이 흘렀다.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 되셨나요?"
"네~"
유익하다는 건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이고 재미있다는 건 지금이 즐겁다는 것이다.
재미만 있으면 지금은 즐겁지만 남는 게 없고
유익만 하다면 오래도록 남지만 지금은 재미가 없다.
유익하고 재미가 있었다니 다행이었다고 말하셨다.
진짜 그러하다.
유튜브 영상은 보는 내내 깔깔거리지만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학교 수업은 보는 내내 재미가 없........ 지.. 만...(하하^^;) 지식으로 남는다.
유익하고 재미까지 있었던 스님의 강의였다.
엄마와 함께여서 더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