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6살 때였나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에서는 월요일 아침마다 주말에 한일을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그 수업시간 때문에 주말이면 아이 기억에 남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루는 아이가 그린 주말일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건 어떤 걸 그린 거야?"
"주말에 우리 가족이 캠핑 갔다고 그린 거야."
".......... 아... 00 이가 캠핑이 가고 싶어?"
"응 가고 싶어."
우리 가족은 캠핑을 간 적이 없는데 주말 일기에 캠핑을 다녀왔다고 그린 것이다.
그 시절 캠핑 붐이 일었을 때라 TV에서도 캠핑 여행지를 소개하고 홈쇼핑에서 캠핑용품을 많이 팔았다.
친구들끼리도 누가 캠핑 다녀왔다는 얘기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주변에 캠핑을 시작한 사람이 많아서 같이 캠핑 다니자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있었느냐 남편은 다 거절했다.
"왜 길바닥에서 잠을 자냐" 남편은 캠핑을 싫어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기에 반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기사건으로 아이를 위해서 한 번은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가게 되었다. 캠핑!
가즈아!
엄청 많은 장비를 갖고 있는 지인이 흔쾌히 우리 가족과 강가 옆으로 캠핑을 떠나주었다. 쌩유베리감사^^
걱정과 달리 남편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았다.
문제는 나였다. 정작 가자고 했던 내가 너~무 힘들었다.
천 하나 덮인 아래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왔다.
혹시나 밤에 산짐승이 오는 건 아닐까, 밤사이 비가 내려 텐트까지 물이 넘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내리쬐는 태양 빛은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인 나를 흔들어 깨웠다.
2박 3일이 긴~~~~ 하루 같았다.
마지막날 아이의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뭘 잘못 먹었다. 어디가 잘못된 건가.' 걱정이 되었지만 텐드와 짐을 정리하는데만 반나절이 걸려서 나의 조급한 마음을 불타올랐다.
부모야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차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물에 들어가 첨벙첨벙 신나게 놀았다.
두드러기는 다행히 땀띠였다. 3일 동안 개고생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가니 다 즐거운 추억이었다.
눈뜨면 물에 들어가 헤엄치고 구워 먹고, 지지고 먹고, 그곳에서 먹는 라면은 왜 이렇게 꿀맛인지 모르겠다.
'이래서 캠핑 다니는구나' 싶었다~
아이도 느꼈는지 또 가자는 말을 많이 했다. 텐트와 캠핑의자를 샀다. 우리 가족만 다녀오기도 하고 지인들과 함께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따~~ 악 거기까지다. 난 캠핑을 즐길 수가 없었다.
남편의 [노숙]까지는 아니어도 오로지 텐트에 몸을 맡기고 잠을 자기에는 안심이 안된다. 여전히 캠핑 내내 잠을 못 잔다.
긍정회로를 마구 돌려보면 잠을 내어주고 다른 힐링 얻어 오는 것 같다. 그게 무엇이건 간에 기분이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또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과연 출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지금 생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