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준비를 하던 때였으니 15년 전 그쯤인 것 같다.
신혼집에 가구가 들어오기로 한날, 문제가 생겼다며 업체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급히 집으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반차를 냈는지 퇴근 후인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해가 쨍 비출때 회사에서 나왔다. 도로가에서 손을 들어 지나가는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고 의자에 앉자마자 업체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전화와 함께 긴장도 내려놓았다.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택시 기사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결혼하시나 봐요."
"네~ 결혼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정신이 없어요." 앞뒤로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이렇게 좋은 날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내 아들이 부른 노래인데 들어봐요."
"아들이 가수세요? 누구요?"
"노래 듣고 맞춰봐요."
혹시나 내가 모르는 노래면 어쩌지. 내가 모르는 가수면 어쩌지. 애매한 상황이 될까 봐. 바짝 긴장이 되었다.
고슴도치처럼 온 신경을 스피커 쪽으로 곤두세웠다.
침을 꼴깍 넘길때 음악이 흘러나왔다.
Just Wanna Fall'in Luv
3초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노래였다.
사랑은 맛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머! 축하드려요, 아드님이 너무 잘되었네요, 좋으시겠어요."
기사님은 소리 없이 웃으셨다. 활짝 웃으셨다.
비보를 듣고 제일 처음 그 기사님이 떠올랐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곳에 남아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있을 그분.
부디. 부디. 이 상황을 잘 버텨주시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기사님의 아들 - 휘성 님의 노래를 언제까지나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