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노래 들어? 같이 듣자.
옆에 앉은 친구의 이어폰을 받아, 오른쪽 귀에 끼웠다.
-듣고 맞혀봐. 내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야.
-오호 그래? 틀어줘 봐
-나오고 있어. 안 들려?
-응. 이건 연결이 아직인가? 다른 쪽 줘봐.
친구와 이어폰을 바꿔 왼쪽 귀에 꽂았다.
-이제 잘 나온다. 아~ 이 노래 알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은 영화의 복선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뭔가 개운하지 않았다.
'이 느낌은 뭐지?'
귀에 뭔가 꽉 찬듯하고 멍하며 소리가 살짝 울려 들렸다.
그 와중에 윙-하는 이명은 '오늘 몸이 피곤한가 보네.' 하며 비타민c를 꿀꺽 삼켰다.
비타민은 만병통치약이다. 하하
오전을 정신없이 보냈다. 오후 3시쯤에 정신이 번쩍 들며 병원을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느낌이 쎄~한 게 이상했다. 물속에 누워있는 느낌이다.
길 건너편에 있는 한번 가본 적이 있는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대기자가 없어서 바로 진료실로 직행했다.
증상을 듣고 난청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알겠다며 간호사를 따라 검사실 앞으로 갔다. 검사 비용이 4-5만 원 정도 드는데 괜찮냐고 물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실은 마치 극장이나 오락실에 있는 1인 노래방처럼 생겼다.
의자 하나 덩그러니 놓인 방에 나 홀로 들어가 앉았다.
헤드폰을 끼고 손에 버튼을 쥐어줬다
헤드폰에서 소리가 나면 손에 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다음에는 들리는 간호사가 말을 따라 했다. 손, 떡, 차. 이런 1음절 글자들이었다.
상자 밖으로 나와 다른 의자에 앉았다. 소음측정기 비슷하게 생긴 걸 내 귀에 대었다.
간호사 언니가 초보인지 옆에 나이가 조금 있는듯한 간호사가 작은 소리로 -이걸 누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알려줬다.
우리 셋은 거의 어깨가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를 못 들을척하느라 웃음이 났다.
그리고 검사 신뢰도가 약간 떨어졌다.
의사를 다시 마주했다.
돌발성 난청이며 고함량 스테로이드제를 3일 먹고 경과를 보자고 했다.
처방약을 받아 들고 집에 오는 길에 핸드폰에 있는 검색어 창을 열었다.
돌발성 난청은 뭐냐- 원인을 알 수는 병이다.
누군가는 동네병원에서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고 바로 응급실로 보냈다고 하고
누군가는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꼭 큰 병원을 가야 하는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00 병원이 전문 병원라며 추천하였다.
누군가는 내버려두었더니 다 나았단다.
당최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아~ 몰라. 몰라.
오전에 3일 치 중 마지막 약을 먹고 병원을 향했다.
다시 난청검사를 하고 의사 앞에 앉았다.
나에게 보여 준 검사 결과는 지난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왼쪽은 파란색으로 완만한 언덕을 그려놓은 듯한 모양이었고
오른쪽은 빨간색이 뾰족뾰족 들쭉 날쭉한 산 모양이었다.
약을 5일 더 먹어보고 귀에 주사를 놓아야 한다고 했다.
주사는 5번까지 맞을 수 있는데 그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럼 큰 병원을 가는 건 어떤가요?
나의 질문에 의사쌤은 큰 병원에 가도 치료방법은 크게 다른지 않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을 나왔다.
처방전을 받아 들었지만 나는 약국으로 향하지 않았다.
가까운 대학병원과 대형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난청 전문 교수님들의 예약은 어렵거나 진료 요일이 나와 맞지 않았다.
오늘 오후게 난청 전문 교수님 진료가 있고 예약은 끝났으니 와서 대기하는 건 괜찮다는 곳이 있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서울의료원으로 향했다.
대학병원이 아니어서 망설여졌지만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가서 다른 의사 의견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다.
점심시간 전에 의료원에 도착하여 1층 로비에서 접수를 했다.
이비인후과 근처 대기 의자에 앉아있다가 오후 진료 시작을 알리는 불이 켜지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접수증을 들이밀었다.
얼마쯤 기다렸을까? 내 이름이 불렸다. 교수님을 만났다.
동네 병원에 다녔었다고 하니 검사 결과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검사지는 없었지만 다행히 아침까지 먹은 약봉투를 가져온 상태였다.
난청검사를 다시 했다.
검사 대기자가 많아서 검사는 3시간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또 기다렸다.
검사 진행을 비슷했고 다른 게 있었다면 설명을 조금 더 많이 해줬고 말 따라 하기가 2음절이었다.
의사쌤은 나에게 많은 설명을 했고 나도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저는 양쪽 귀가 다 울리는 것 같은데 한쪽 귀만 아픈 건가요?
오른쪽 귀만 청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양쪽 귀가 물속에 담겨있는 느낌이었다.
웅웅 울리고 귀 전체를 (아니 옆통수를 다) 꽉 막고 있는 기분이었다.
MRI검사를 해야 한다고 예약을 하고 가라고 했다. 분명히 이유를 설명해 줬는데 기억이 안 났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돌발성 난청 환자의 1-2%에서 내이도 또는 소뇌교각의 종양이 원인이므로 이에 대한 MRI 검사를 시행해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가보다.
병원 마감시간에 나오니 병원 앞 약국도 마감되었다.
직원들이 퇴근 준비를 할 때 내가 들어갔고 눈치를 주는 건 아니었는데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쭈글쭈글하게 맨 앞의자에 앉아있었다.
약이 나왔다.
-이거.. 제 약인가요? 하고 다시 물었다.
약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우리가 2달까지는 지켜보는데 초반에 호전이 돼야 예후가 좋아요. 몸무게에 맞게 약이 들어가요.
양은 점점 줄일 거예요. 이 전에 약을 먹고 괜찮으셨다니 치료제는 아침에 먹는 걸로 할게요.
-내 몸무게에 맞게 먹으니 이렇게 많은 거구나~
3/21
아침을 먹고 약 한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다행히 약이 작아 꿀떡 잘 넘어갔다.
약 먹는 간격을 24시간을 지키라고 하며 적는 표를 주었다. 날짜 옆에 8:20분을 적어 넣었다.
mri를 찍으러 병원을 향했다.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3M 주황색 귀마개를 종일 낀 것 같은 느낌이다.
+세수할 때, 어푸어푸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릴 때 왼쪽 귀에서 갤러그 뿅뿅 총소리가 난다. 진짜다
+눈을 세게 감으면 귀속에 모기가 들어가 있는냥 윙~소리 나다가 눈 뜨면 소리도 사라진다. 진짜다.
+머리를 말릴 때 드라이어바람이 귀로 향할 때가 있다. 왼쪽 귀에서는 일반적인 슝~바람소리가 나는데 오른쪽 귀는 이잉슝 잉잉슝 같은 AI바람소리가 들린다.
+샤워기에서 떨어진 물이 정수리를 따라 흐른다.
귓등을 손으로 문질문질할 때, 왼쪽은 그냥 물 흐르고 오른쪽은 라디오 주파수가 맞지 않아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가 우주와 접속을 하려는 건 아닐까
우주인이 메시지를 보내는 건 아닐까
잠시 오해했다ㅋㅋ
취미는 과학에서 우리 몸에는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고 했는데 이걸 몸소 증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