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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성 난청-지극히 주관적인 2주차

by 김소희

발성 난청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1/3은 정상 청력을 되찾는다고 한다.

1/3 환자는 부분적으로 회복이 되

나머지 1/3은 청력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단다.


난청 판정을 받은 지 1주일이 지났다.

'금방 낫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당연히 청력이 회복되는 1/3에 들 거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작은 증상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오래전에 레일바이크를 타본적이 있다. 철길 위에서 네명이 열심히 페달를을 굴리며 터널로 들어간다.

터널 안에서는 구간 구간마다 빛의 색이 달라졌다.

어디는 무지개처럼 꾸며 놓고. 어디는 바다처럼 온통 파란빛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비누방울이 날리기도 했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못 볼것같아 작은 반짝임에도 감탄하고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


마치 그 터널을 지나는 마음이 지난주와 비슷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보면 이명 소리가 밖에서 들리는 기계음 같다.

작은 소음(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부스럭거림 정도)이 이명과 합쳐지면서 새로운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예를들어 문 여는 것 같다거나 발소리같은, 부스럭임과는 전혀 달랐기때문에 소리의 시작이 이명일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누군가 가까이 온지 알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당연히 아무도 없다.


조용한 곳에 있으면 내 증상을 잠시 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자꾸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었다. 편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 곳을 벗어날을때 발생한다.

며칠 전, 지인 집에 갔었다.

(가면서 걱정은 1도 안 했다. 난 내가 거의 나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TV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온갖 소리들이 앞다투며 내 귀로 달려드는 거 같았다.

먹먹함과 소리들의 울림에 정말 놀랐다.

분명히 많은 소리가 있는데 정확히 들리는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3-24

아침 일찍, 난청검사를 했다. 지금까지는 병원에 올 때마다 이 검사를 했다.

대기실에 앉아 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 모니터에 내 청력 그래프가 결과가 떠있다.

내 눈에는 지난번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좋아졌기를 바라고 있었다.

선생님이 '나아지지 않았네요-'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귀에 주사를 맞자는 말에 모든 상황이 들어가 있었다.


생전 처음 고막주사 맞는 날이다.

- 진료실 입장

귀에 (아니 귓속 깊숙이라는 게 정확함) 면봉으로 간질간질하며 마취를 하는 중이라 설명해 주셨다.

- 대기실에서 기다림

- 진료실 재입장

'따끔합니다.'라고 얘기했지만 난 따끔하지는 않았다. 주사기가 들어갈 때는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그 바늘에서 나오는 그 액체가 내 피부밑을 흐르고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느껴졌다.

주사기에서 나온 쓴맛의 무언가가 어금니와 귀가 만나는 곳으로 흘러들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차차.. 약 흡수량을 늘리려면 침 삼키지 말라고 했는데. 우짜노.

침을 삼키지 않으려 입에 잔뜩 힘을 주었다.

- 침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

주사 맞은 귀를 위로 향하고 옆으로 누웠다. 휴지를 한 웅쿰 받아들고 입에 고인 침을 계속 뱉어냈다.

20분 쯤 지나자 간호사 언니가 나에게 이제 일어나도 된다고 했다.

내가 침대에 눕는 순간부터 프렌지 (트랜스포머 2에 나오는 작은 악당 로봇)가 작업을 시작했다.

20분 내내 미세한 찌글찌글 짜글짜글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들렸다고 해야하나 귓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야하나 잘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3/25

눈을 뜨자마자 배가 고팠다. 밥을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팠다.

하루 종일 엄청 먹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걸 보니 이건 배가 고픈 게 아니고 속이 쓰린 느낌인 것 같다.

-> 이 증상은 점점 약해지다 3일 정도 지나니 나아졌다


다리도 조금 부었다.

양말자국은 전과 비슷했지만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면 확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다 코끼리 다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기분이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같았다.


3/28

두 번째 고막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는 과정은 위와 똑같았다.


둘째 주 들어와서 먹먹한 느낌은 줄었다. 처음이 10이라고 했을 때 7 정도로 내려온 느낌이다.

그리고 귓등을 씻을 때 느껴지던 터널 속 라디오 주파수 같은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지지지지직-' 대신 살짝 스프링 튕기는 '팅~' 정도가 되었다.

로맨틱한 변신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나아지고 있나 보다. 나름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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