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의 분석(2)

과정의 왜 [재밌는 생각]

by 서 희

나는 ‘왜’를 세 가지 방식으로 쓴다.


첫째, 일반적인 왜
둘째, 계보학적 왜
셋째, “무엇 때문에 / 무엇을 위해”의 왜 (이건 다음 장에서 다뤄보려 한다)

첫 번째 왜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평범한 “왜”다.
여기서는 넘어가도 될 것 같다.


나는 철학을 좋아하는 편이다.
전문가는 아니고, 조금씩 사상을 접해보는 일반인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중에서도 니체의 ‘계보학’은 내게 큰 힌트를 줬다.
나는 여기에서 두 번째 왜, 계보학적 왜의 사용법을 배웠고, 지금도 종종 이 질문법을 쓴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길게 설명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태도만 빌려오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것이 정상이 되었는가?”


니체는 선과 악을 고정불변의 진리로 보지 않았다.
역사 속 권력 관계와 힘의 구도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보았고,
그 과정을 추적해낸다.

즉, 한 줄로 줄이면,


“어쩌다 이렇게 됐지?”

를 끝까지 따라가 보는 태도다.


이 계보학적 태도는 내게 꽤 큰 힌트였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과정을 물을 때 “왜”라는 말을 쓴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왜 그런 습관이 생긴 거야?”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사실은 “무슨 일이 쌓여서 이 지점까지 오게 된 거지?”를 묻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질문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나에겐 음식 + 영상이 거의 유일한 취미처럼 자리 잡은 힐링 타임이 있다.
1편에서 말했던, “저녁에 음식을 못 참는” 그 상황이다.

이때의 진짜 질문은 엄밀히 말하면 이거다.


“어쩌다 이 조합이 나에게 당연한 휴식 방식이 되었지?”


여기서 계보학적 왜가 등장한다.

“왜 음식을 못 참지?”라고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답을 찾았다.


“이건 내 오랜 패턴이고, 거의 유일한 취미라서 그래.”


이 대답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계보학적 태도를 가진 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힘든 날엔 항상 배달 음식과 영상을 같이 봤고,

그게 반복되며 “편안함 = 음식 + 영상”이라는 회로가 굳어졌고,

이제는 영상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고
“이 둘이 함께여야만” 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건 “지금 이 상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한 답이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왜, 계보학적 왜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어떻게 해서 이게 나에게 당연한 것이 되었지?”


라고 과정을 향해 묻는 왜.

어떤 이유들 중에서도
“지금 이 상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궤적”을 알고 싶을 때,
그때는 그냥 “왜?”라고만 묻기보다는


“어쩌다 이렇게 됐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온 거지?”
“어쩌다 이게 내 삶에서 ‘정상’이 되었을까?”

라고 계보학적인 태도로 묻는 것.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왜 사용법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자기 패턴을 이해하고 싶을 때 이렇게 질문해보길 추천한다.

“왜 이렇게 됐지?”에서 멈추지 말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를 따라가 보는 것.

그 과정을 추적해 나가다 보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통찰이 떠오를 수도 있다.

니체의 계보학처럼 거창하게 쓰지 않더라도,
내 삶의 작은 계보학을 해보는 것.

그게 두 번째 ‘왜’가 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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