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등불아래 읽는 아버지의 편지

편지로 키운 아들 군대 가서 웃다

by 윤석구


[등불 아래 읽는 아버지의 편지]
<좌충우돌 인생2막 65호. 2025.10.2>

중국에서도 예로부터 등화가친(燈火可親), 즉 등불을 켜고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 하여 가을을 학문과 독서의 계절로 불렀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는 이유는 날씨가 선선해 마음이 차분해지고 밤이 길어져 책 읽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농경사회에서는 추수를 마친 뒤 여유가 생겨 학문과 독서에 힘썼던 전통도 이어졌다.

전용복 선생 나전칠기 전시장에서


CEO 인문학 최고위 과정에서 박영희 지도교수님께 수업 평가서를 제출한 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박주찬 저자의 『편지로 키운 아들 군대 가서 웃다』라는 책이다. 저자 박주찬님은 경기도 성남에서 성장해 경찰로 평생을 근무하며 수많은 좌절과 성취를 겪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의 지혜를 독서와 성찰로 다져왔으며, 그 깨달음을 자녀에게 편지로 전해왔다.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은 진솔한 삶의 기록이자 세대 간 소통의 기록으로, 그중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51편을 모아 엮은 것이다.

책 속에서 밑줄 그은 몇 부분을 요약한다. 특히 평창 올림픽 때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와서 도라산역에 하차한 후 올림픽 현장까지 에스코트한 사연은 007 영화를 뺨친다. 개성공단 근무 인연으로 도라산역-DMZ-개성역으로 연결된 철로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도라산역에 하차한 북측 VIP를 기자들과 방해꾼들을 따돌리고 두지리매운탕 인근 전진교를 통과하여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경유해 안전히 경기장까지 안내한 장면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고비고비마다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그것이 삶이고 인생임을 어찌하겠는가. 그럼에도 아들에게 아빠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쓴 주옥같은 편지에 참으로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중 특히 눈여겨 읽은 몇 가지 메시지를 소개한다. 먼저 "살아보니 세 번의 중요한 시기가 있더라"는 대목이다. 인생에는 대학 입학, 결혼, 직업 선택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결정의 시기가 있으며, 이를 잘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때 그랬을걸"이라는 후회에 대해 다루는데, 사람은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며 아쉬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론이다.

특히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책을 통해 타인의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독서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인생의 지혜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당연히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군대 생활과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젊을 때의 자존심이란 것이 지금 보면 상당히 유치했다고 회고하면서, 성장 과정에서 자존심의 개념도 함께 성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존경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하게 소개할 부분으로 어른들을 찾아볼 때는 빈손으로 다니지 말라는 조언도 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배운 것이라며, 가족 간에도 마음의 선물을 준비하는 배려와 겸손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행복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국과 프랑스 등 각 나라별로 중간층의 행복 기준을 예시로 들면서, 외국어 구사, 스포츠나 악기 연주,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갖는 것 등을 소개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현명하게 준비하고,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성숙한 인격 형성,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관 정립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실용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아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편지로 삶의 길을 인도한 박주찬님의 『편지로 키운 아들 군대 가서 웃다』꼭 일독을 권한다.

"어른을 찾아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 마라."

2025.9.24. 가을비 우산 속 꽃우물에서 by skyoon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옹지마와 경주 최부자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