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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와 경주 최부자의 지혜

김병조 선생 특강에서

by 윤석구

[새옹지마와 경주 최부자의 지혜]
김병조 선생 강연
2025.9.23 동대 인문학 강좌 4번째 이야기.

(東行人最4)


여러분, 옛날 중국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이 기르던 좋은 암말이 어느 날 도망쳤습니다.



사람들이 “불행하다”라고 하자, 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알겠는가?”

몇 달 후, 도망간 말이 좋은 천리마를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다행이다”라고 했지만, 노인은 또 말했습니다.
“누가 알겠는가?”

그러다 노인의 아들이 새로 온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사람들은 또 “불행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말했습니다.
“누가 알겠는가?”

1년 후 전쟁이 일어났고, 젊은이들이 모두 징집되었지만, 아들은 다리를 다쳐 전쟁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새옹지마입니다.
행복과 불행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며, 섣부른 판단은 우리를 흔들리게 만듭니다.
좋은 일에도 겸손하고, 나쁜 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이와 비슷한 지혜가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경주 최 씨 가문이 바로 그 예입니다.
12대에 걸쳐 만석꾼을 유지한 비결은 여섯 가지 가훈에 있었습니다.

첫째,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둘째, 만석 이상 보유하지 마라.
셋째, 진사 이상 하지 마라, 즉 정치에 나서지 마라.
넷째, 팔지 않는 물건을 사지 마라.
다섯째, 손님 접대를 잘하라.
여섯째, 결혼 후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특히 “만석 이상 하지 마라”는 가훈이 핵심입니다.
풍년이 들어 수만 석이 나와도 만석만 저장하고 나머지는 주변에 나누어주었습니다.
더 가질 수 있어도 멈출 줄 아는 지혜, 이것이 12대를 이어가는 비결이었습니다.
새 며느리가 3년간 무명옷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소함을 선택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김병조 선생은 웃음에도 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후후후가 있다고 하셨


훌륭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환경이 바뀌고, 돈을 벌고, 지위가 올라가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훌륭한 사람입니다.
새옹지마의 노인처럼, 좋은 일이 생겨도 “누가 알겠는가?” 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고,
경주 최 씨처럼 더 가질 수 있어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교육적 가치가 없는 프로그램은 하지 않고,
과도한 스케줄로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돈을 조금 덜 벌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주 최 씨의 “만석 이상 하지 마라”는 정신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여러분, 저를 좋아하는 분들은 장점을 이야기해 줍니다.
하지만 저를 비판하는 분들은 단점을 지적합니다.
저는 오히려 단점을 말해주는 사람이 더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장점은 나를 교만하게 만들지만, 단점은 나를 성장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가난했던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는 불행이라 여겼지만, 돌아보면 제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라디오 하나 두고 온 가족이 모여 웃던 시절, 그 검소함이 평생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새옹지마의 핵심입니다.
아무리 권세를 누려도 오래가지 않고, 꽃도 오래 피지 않습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이것도 지나간다”라고 하고,
나쁜 일이 생겼을 때도 “이것도 지나간다”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입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몸이 아프면, 강남과 강북, 아파트 평수, 일반실과 특실의 차이도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과 어려움이 때로는 가장 큰 스승이 됩니다.

행복은 비교하지 않는 데서 오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데서 옵니다.
행복은 멈춤에서 오고, 멈춤은 범사에 감사할 때 옵니다.
새옹지마의 평정심과 경주 최 씨의 절제 정신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겸손함을 유지하고,
나쁜 일이 생겼을 때는 희망을 잃지 않으며,
일상에서 비교하지 않고 감사하고 절제할 줄 아는 삶,
그것이 바로 행복의 길입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중심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이 바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우리의 평정심과 중심은 영원합니다.

“누가 알겠는가? 모든 것은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의 평정심은 영원하다.”


2025.9.23. 동국대 해정대학원 우리 24기 강의장에서 by skyoon

박영희 지도교수님은 유지경싱으로 마무리 하셨다.

Ps. 有志更成 :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는 뜻으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成功)한다는 것을 비유(比喩ㆍ譬喩)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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