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님의 장수와 건강
[혜화동 순대실록에서 배우다: 삶과 지혜의 하루] <좌충우돌 인생 2막 64호. 2025.9.24>
혜화동 대학로는 배움과 정이 살아 숨 쉬는 거리다. 성균관 명륜당을 거닐며 대성전 앞뜰의 600년 은행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선조들의 지혜와 마음이 전해온다.
W은행 성북동대문본부장으로 있던 시절, 우수직원들을 초대해 대학로 골목 연극을 보고, 순대실록과 자매집 피자리아노에서 함께 피자를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초당에서 민어와 홍어를 안주 삼아 마음을 나누던 자리도 있었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진심과 정성이 통하면 성과와 보람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그런 곳이 바로 대학로, 혜화동이었다.
추분지절 미래학당 김광호 원장님의 초대로 온라인 공부방의 선생님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장소는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순대실록’. 육경희 사장님의 정성이 담긴 순대와 국밥, 따뜻한 커피, 그리고 순대 선물까지. 음식과 마음이 어우러진 대화는 어느새 깊은 위안과 풍요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오늘의 가장 큰 선물은 이시형 박사님과의 만남이었다. 원장님의 배려로 저서를 받고 친필 사인까지 받으며 잠시 애교도 떨었다. 한국 정신의학을 대표하는 박사님과 손을 맞잡은 순간, 마음속에 오래 간직될 기록이 되었다.
박사님은 장수와 건강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85세가 되면 죽음이 눈앞에 온다. 우리나라 80대 인구는 180만 명이지만 90대는 26만 명에 불과하다. 80대 후반 고비를 잘 넘기면 장수한다. 100세, 102세도 가능하다.”
또 이렇게 덧붙이셨다.
“나이 들어 살이 조금씩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10년에 1kg씩 줄어드는 건 오래 사는 길이다. 다만 이유 없이 급격히 빠질 때만 조심하면 된다.”
삶을 지탱하는 기본 원칙은 단순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소식다동(小食多動). 스트레스는 잘 풀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라. 무엇보다 자기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낮추지 말라.”
운동은 꾸준함이 생명이라며, 박사님은 50년 가까이 매일 아침 방에서 30분 운동을 해왔다고 했다. 또한 자연 치유의 힘도 일깨워주셨다.
“조용한 산에 혼자 3일 있으면 면역체계가 250% 향상된다. 산이 바로 치유다.”
특히 30~40년간 각자의 공간에 있다가 은퇴 후 배우자와의 갈등 등 주변 이야기를 빗대어 질문드렸을 때, 박사님의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배우자의 잔소리를 '죽겠다'고 생각하면 진짜 죽는다. 참는 것이 아니라 '고맙게' 생각하고, 그 잔소리가 사실은 나를 챙겨주는 것이다. 아내가 있어서 내가 인간이 된다."
"내가 죽겠다고 생각하면 진짜 죽는다. 마누라의 잔소리도 사실은 나를 장수하게 만든다. 잔소리가 있어서 그나마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라고 받아들이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참는 것이 아니라 고맙게 생각하라는 역설적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오랜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였다.
더불어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점도 큰 축복이라 강조하셨다.
이시형 박사님의 주옥같은 말씀과 최보걸 선생님의 즉석 춤에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이어 성균관 명륜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600년 된 은행나무의 손목을 잡았다. 명륜당과 대학로, 그리고 오늘의 순대실록 모임까지, 모두 배움과 나눔의 길 위에 있음을 새삼 느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식사를 하고 지혜를 배우는 시간. 혜화동이 내게 준 선물은 바로 그것이었다. 순대실록의 따뜻한 밥상, 김광호 원장님의 리더십, 그리고 이시형 박사님의 삶의 지혜가 어우러진 하루는 단순한 점심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배움의 장이었다.
가까운 날, 순대실록의 자매점 핏자리아노를 다시 찾아 후배들과 함께 화덕에서 갓 구운 피자를 나누며 수다를 떨고 싶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오늘 순대를 사주신 김광호 원장님께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정성껏 보답하리라.
2025.9.23 대학로 순대실록에서, by skyoon
(수년 전 W은행 성동본부 직원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