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두 번째 이야기

야류지질공원 - 2억 년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조각공

by 윤석구


[야류지질공원 - 2억 년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조각공원]


10년 만에 다시 찾은 대만. 그리 멀지 않은 이웃나라임에도 대만의 역사와 환경에 무지한 자신을 돌아보며 셋째 날 관광버스에 올랐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창밖으로 낮은 빌딩들이 스쳐간다. 섬나라 특유의 내진 설계일까. 생각하는 사이 야류지질공원에 도착했다.


전날 골프를 치던 비바람의 기세가 이어지는지, 간헐적 빗줄기 속에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군 복무 시절 경계근무를 섰던 진하해수욕장의 그 파도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진하 앞바다 100m 전방의 무인도도 아름답지만, 야류 지질공원의 신출귀몰한 기암괴석들은 차원이 다르다. 이것은 자연이 준 신의 선물이며, 오늘날 대만인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보배임이 분명하다.
야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 안내문을 읽으니 "2억 년 시간이 빚어낸 조각공원"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타이베이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 바다가 만든 천연 조각공원이다.
2000만 년이라니. 인간의 일생이 얼마나 짧은가. 형성 배경을 읽으며 숙연해졌다. 지각운동으로 융기한 퇴적암층이 바람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낸 기암괴석들. 가장 유명한 것은 '여왕머리(Queen's Head)' 바위다. 목이 점점 가늘어져 언젠가는 부러질 운명이라고 한다. 버섯바위, 생강바위, 촛대바위 등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들이 즐비하다. 특히 공원 입구 도로에 세워진 연도별 표지판(1986, 1999, 2018, 2025)은 침식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타임캡슐이다.


안내 설명에 따르면 약 30여 년 후면 여왕머리는 자연의 힘으로 그 운명을 다하게 된다고 한다. 타임캡슐처럼 세워진 연도별 사진을 보며, 자연의 시계를 멈출 수 있는 신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가장 인내심 있는 조각가다. 수백만 년에 걸쳐 한 점 한 획을 새기듯 바위를 깎아낸다. 30년 은행원 생활도, 개성공단 1188일도, 이 바위의 시간 앞에서는 한순간이다. 우리 인간이 급하게 서두르는 일상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일깨워주는 곳이다. 야류지질공원을 나서며 살며시 기도해 본다. 더 이상 부식되지 않고, 신이 있다면 현재 상태에서 멈추게 해달라고.


공원을 거닐다 매의 눈이라 할까? 눈길을 사로잡는 바위를 발견했다. 파도와 바람이 2000만 년에 걸쳐 조각한 이 형상은, 여왕머리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솔직했다. 바위틈에 고인 물이 만든 형상이 전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아니, 전복보다 더 그것을 연상시켰다.


사진을 찍어 일행 톡방에 올렸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ㅋㅋㅋ 이게 뭐야!"
"자연도 참 솔직하네!"
"어디 있어? 나도 봐야겠어!"
"전복 먹고 싶다!"


모두가 싱글벙글 벙글싱글 웃으며 군침을 삼켰다. 자연이 만든 이 '대담한' 조각품은 공식 관광 코스 안내에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우리 일행에게는 야류지질공원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일행 모두 군침을 흘리며 입맛을 다셨다. 개침을 삼키며 대만 가정식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 점심 해산물 요리는 분명 더 맛있을 것이다.


2026.1.22

야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에서 by sk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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