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188일의 기억] 대한민국 對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남한 對 북한, 남측 對 북측 (13)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남쪽 대통령으로 호칭한 이유는 뭘까?
"한 번만 '북한, 북한' 하면 분명 나도 "남조선, 남조선 할 테니'" 경고
2018년 9월 19일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헌법상 문재인 대통령이 전 세계 TV 중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15만여 명의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많은 언론에서 '남쪽 대통령'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국가 정통성을 포기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연설을 했다고 하여 비판을 적지 않게 받은 적 있었다.
개성공단 방문 전 통일교육원에서 북한 사람들과 대화할 경우 특히 북한이란 표현은 북한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의 하나로 반드시 '남측, 북측' 등으로 표현하라고 단단히 교육을 받았었다.
이곳 생활이 어느덧 3개월여 들어서며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사무직 참사와 북한 근로자들, 그리고 아라코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직원 및 패밀리마트 등 관리위원회 울타리 안의 많은 북한 근로자들과 말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없는 환경 구조였지만 가능한 불필요한 말은 거의 안 한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한두 마디 대화 속에 나도 모르게 '북한, 북한'이란 단어가 불쑥 나오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어이 관리위원회 울타리 안 북한 직원들을 관리하는 이름이 좋은 강호남 참사한테 한 방 먹었다.
"윤 차장 선생, 우리 공화국에 오기 전에 그 남조선 통일교육원이라 하는 곳에 교육받지 않았소?
말 끝마다 북한 북한 그렇게 표현합네까?
신성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름 놔두고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공화국 해도 시원찮을 판에 아마 일부러 '북한, 북한' 그러는 것 같은데 앞으로 나도 윤 선생과 말할 기회 있으면 남측이라고 하지 않고 '남조선, 남조선' 또는 '우리은행 남조선 윤 선생' 그렇게 부르겠소. 어찌 듣기 괜찮지 않습네까?"
단단히 마음먹고 항의성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나름 깊게 생각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강 참사 선생, 그게 하루아침에 사용하지 않던 용어가 쉽게 나옵니까?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밥 먹으려면 그게 쉽게 됩니까? 그래도 내가 동무 동무 또는 선생이라는 말은 잘하지 않습니까?"
"'동무, 동무' 하니 그 얼마나 좋습니까? 앞으로 한 번만 더 '북한, 북한' 하면 분명 나도 '남조선, 남조선 할 테니' 그리 아세요, 오늘 분명히 경고합니다."
남한과 북한을 부르는 중립적 용어는 남측, 북측이다. 2000년 9월 남북 언론교류가 활발하던 시절에 남과 북이 중립적으로 지칭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언론사, 기자협회, PD협회 등이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한 용어라 들었다. 아마도 습관적으로 나온 말이었지만 그들이 들었던 '북한'이라는 표현은 분명 거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기야 나도 '남조선 윤 선생' 하면 당연히 어색하고 좋아하지 않는 느낌 똑같지 않을까.
그럼에도 어쩌다 가끔 습관적으로 나온 북한이라는 단어, 앞으로 연재를 쓰는 동안 북측으로 통일한다. 그리하고 보니 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도 아닌 남측 대통령도 아닌 '남쪽 대통령'이라 호칭하셨을까.
필자, 당시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차장
본 연재는 작년 6월하순부터 12월초순까지 계룡일보에 171회로 연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