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188일의 기억] 주재원 섬김의 마음, 무산된 독서실 꿈 (22)
1,000여 우리은행 각 지점에서 1권씩 책 기증,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새기며 독서 삼매경
도서관 운영 고민 중 엉뚱한 곳에서 '사달'
개성공단 우리은행 설치 초기 실무직원으로서 100일을 보낸 소감을 겸손한 마음으로 격주 금요일 오후 본사 국제부를 찾아 주간업무 보고를 하며 은행 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렸다.
이미 개점행사 및 PD수첩 등 언론 방송을 접한 지인 및 선후배들 사이에서는 개성공단과 필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메일을 확인할 때마다 "건강히 잘 있는지?", "북한 들어갈 때 나올 때 무섭지 않니?", "먹을 것은 있는가, 건강관리 잘하라" 등 여러 통의 안부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린 100일 소식에는 전국의 수많은 동료 직원들이 열람했다.
게시 글 중 특별히 강조한 것은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인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의 창업정신에 입각하듯 선구자적인 마음으로 개성공단 발전과 입주기업 금융서비스에 혼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다.
100일을 맞아 전 직원의 성원하는 마음을 담아 황영기 은행장께서 서울에서 개성까지 따끈따끈한 백설기 떡을 개성으로 향하는 다른 회사 차량을 수배해 긴급 택배 형식으로 보내주신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아울러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주재원들이 증가하고 있고, 주말 근무자들의 여가 선용을 위해 전국 1,000여 우리은행 각 지점에서 1권씩 책을 기증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삼성물산, 외국계은행 및 삼성증권 등 대한민국 금융계에서 탁월한 역량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했으며, 현재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과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으로 활발하게 사회 공헌 분야에서 활동하며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황영기 은행장은 내가 올린 게시판 글을 바쁘신 중에도 모두 읽으시고 즉시 국제부에 검토 이행하라는 지시까지 내리셨다고 국제부 정준구 차장이 귀띔해 주었다.
개성공단에서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현지 대기하며 평일 저녁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면 좋겠다는 나의 조그만 건의에 은행장님의 긴급 지시는 무엇보다 감격스럽고 힘이 되는 일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듯이 독서를 통한 정신적 양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터라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 사랑방 같은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의 회의실 공간에 어떤 식으로 책을 받아 독서실 또는 도서관을 운영할지 고민하던 차, 유감스럽게도 엉뚱한 곳에서 사달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