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188일의 기억] 자유의 공기 듬뿍 마시며 미래 금융 구상 (25)
"비자유의 몸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격주 금요일 오후, 결혼기념일을 겸한 주말 휴가와 월요일 출장을 위해 집으로 향했다. 2주 만에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순간,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 컨보이의 지프 엔진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심장이 불끈거리고 공기가 달랐다. 눈치 보지 않는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2주간 경의선 출입사무소인 CIQ 내에 보관해둔 핸드폰을 다시 켜고 아이들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도 자유의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 통일대교를 건너 은행 합병 시 자금부 차장으로 재임하고 많은 사랑과 개성공단지점 발령지를 보고 그 먼 이국땅 뉴욕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황록 본부장(당시)의 선조이신 황희 정승의 사당인 반구정을 지나며 서울로 향하는 8차선 자유로를 신나게 달렸다.
이 비자유의 몸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그 자유의 소중함을,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근무하는 임진강 너머 송악산을 힐끔 바라보았다. 임신한 여인이 머리를 풀고 길게 누워있는 듯한 그 산 앞에 자남산과 개성 시내가 있고, 그 앞 10km 부근에 개성공단이 있다. 그리도 가까운 거리인데 북측 세관검사, 북한군 컨보이, MDL 통과, 우리 국군 컨보이, 우리 측 세관검사를 거쳐야 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송악산에 손 한 번 흔들어주고 나의 집, 나의 고향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 건물을 향해 페달을 세게 밟았다.
공식적 출장인 월요일 일정이 빼곡했다. 먼저 본사 영업부에서 일주일간 무통장으로 인출하여 개성공단 우리 지점으로 송금한 합법적 규정에 근거한 '불비(不備) 처리건'에 도장을 찍고 통장을 정리했다. 자본금 단기운영자금 130만 달러와 장기성 300만 달러, 두 건으로 구분하여 단 0.1%라도 더 적용해달라고 입씨름을 벌여 정기예금에 재예치했다.
담당 직원에게는 늘 고맙다고 하지만, 영업부로서는 우리 개성공단지점의 430만 달러 외화정기예금을 앉아서 받지 않는가. 은근히 힘을 주어 말하고 통일부로 향했다.
조종남 서기관과 하태만 사무관을 만났다. 통일부의 북한 방문증명서를 RFID 기능이 반영된 것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기초 설명을 하며 금융결제원과 공동 추진 다음 미팅 시 함께 설명하기로 했다.
이어서 금강산 방문 관광객의 편리성을 위해 금강산 내 식당, 편의점에 이미 선불카드 형태로 설치 경험이 있는 금융결제원 하득수 과장을 만났다. 개성공단 내에도 달러 현금 소지를 지양하고 카드로 대체하자는 구상에 전폭적으로 동의했다.
개성공단 내 선진화된 금융카드 기능 탑재는 전문성 있는 E-Business사업단의 역할이 중요했다. 당연히 E-Business 사업단 업무계획에도 반영되어야 순조롭게 진행되겠다는 생각으로 본사 실무진과 구두 협의를 하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어서 RFID 카드든 출입 및 선불 직불 기능이 부여되든, 금강산관광지구에 경험이 있고 개성공단개발사업의 선구자인 현대아산과 사전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계동 현대그룹 본사를 찾았다.
현대아산 임대원 과장은 귀중한 조언을 해주었다. "바코드 시스템 출입증은 향후 개성 방문객 증가 시 한계가 있고, RFID 기능 카드 또한 라디오 주파수 제한으로 결제기능을 충분히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출입 ID 기능, 결제기능, 선불카드 기능이 복합적으로 내재된 다기능카드 도입이 가장 바람직하겠고 현대아산이 주축이 되는 카드시스템 도입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애사심이 참으로 높다는 생각에 속으로 뜨겁게 칭송했다.
[계룡일보 2025.입력 2025.07.22 0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