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 7일 차 5. 비내섬을 걷다
차량에 몸을 싣고 한 시간여를 쉬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진다. 네이버를 통해 비내섬을 다시 검색하다 '한국에서 열 번째 걷기 좋은 명품 코스'라는 문구에 마음이 움직였다. 남은 두 시간 구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도포를 여미고 갓을 고쳐 쓰고 도착한 일행들과 합류해 비내섬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에는 자갈이 많아 걷기 불편했지만 이내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양쪽으로 황금빛 갈대밭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작은 나무다리가 이어진다. 이정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힐링의 터널 ↑, 비내교 방면, 소리의 문 방면. 이 섬 안에도 길이 나뉜다.
갈대밭 한가운데 홀로 선 나무 한 그루.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산을 배경으로 묵묵히 서 있다. 오랜 세월 온갖 풍상을 다 겪고 수천 번의 계절을 이어온 그 모습에서 또다시 고향집 생각이 되살아난다.
삼 년 전 반호 선생 문집 학술세미나를 마친 다음 날, 억수같이 퍼붓던 빗길에 군산 장항둑이 막히면서 충주의 물이 회인, 공주, 부여, 강경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고향이 잠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내섬 길을 걷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나무다리 위에서 셀카를 찍었다. 양쪽으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터널처럼 드리워진 길, 이것이 바로 '힐링의 터널'이었구나. 뒤로 흰 도포 자락의 또 다른 유생이 걸어온다. 21세기의 선비 둘이 비내섬 나무다리 위에서 마주쳤다. 퇴계 선생, 이 모습을 보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