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 7일 차 6. 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by 윤석구

퇴계 귀향길 7일 차 6편, 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검색으로 먼저 만났던 신경림의 '갈대' 그 시가 비내섬 갈대밭 한가운데 나무 판에 새겨져 실제로 서 있었다. 글로 먼저 만나고, 몸으로 다시 만나는 것, 이것이 비내섬이 주는 선물이었다.


강변 풀밭에 펼쳐진 책 모양 시판 하나가 또 눈길을 잡았다. 신경림의 '달래강 옛 나루에'. 달래강 옛 나루, 나무들, 새들, 바람 이 남한강 비내섬과 너무도 닮은 풍경을 노래한 시였다. 시판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시판 곁에 강을 바라보는 나무 그네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무도 앉지 않은 빈 그네가 강물을 향해 조용히 서 있다. 봄볕이 그네 위에 내려앉고, 강물은 말없이 흐른다.


불현듯 어머님이 떠올랐다. 고향집 마루 끝에서 언제 오려나 목 빼고 기다리시던 그 모습 저 빈 그네가 꼭 그 자리 같았다. 기다리는 사람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떠난 사람은 늘 너무 늦게 돌아온다.


" 어머님, 아들이 지지금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 백마강과 같은 남한강 비내섬을 이 강 위를 걷고 있습니다. 벚꽃 잎 봄바람에 하늘로 흩어질 때 즈음, 그 무렵 영원히 떠나신 그님의 기일이 산손가락 안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그날즈음에는 단양향교를 거쳐 죽령옛길을 지나 풍기관아터에 도착 될듯합니다.


아마도 평생을 공부하신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단에 도산서원까지 가는 여정에 그님도 잘 했다고 퇴계선생 정신 많이 배우고 오시라할듯 합니다. 다음주 적정한 시간 그님앞 홍매보러 가리오리다."



절벽 바위틈에 벌통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진달래꽃 흐드러진 절벽 아래, 벌들이 쉼 없이 드나든다. 봄꽃 향기를 모아 꿀을 빚는 저 벌들처럼 오늘 하루 이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갈대밭 오솔길을 걷는 흰 도포 자락의 뒷모습. 붉은 운동화가 살짝 보인다. 현자(賢者)는 묻지 않고 걷는다.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소처럼, 갈대처럼. 조선의 갓과 21세기의 운동화를 함께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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