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 8일차 4. 발목 시계와 이보 전진
발목 통증이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찾아온다. 아파 오는 순간이 곧 점심식사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임을 직감한다. 그렇게 발목 시계를 달고 걷다 보니 어느새 충주의 명소, 중앙탑 인근에 도착했다.
오찬 메뉴는 막국수였다. 이렇게 오묘한 맛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수육이 곁들여진 냉면 국물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너무 맛있어서 주인에게 사리를 하나 더 시켰더니, 2그릇이 여유가 있다며 한 그릇을 더 주어 동석한 분들과 다시금 맛있게 먹었다. 또 남아있는 한 그릇은 마음 같아서는 싸가고 싶었지만 선비 체면에 맛있게 잘 먹었다 인사를 나누고 식당을 나섰다. 다음에 꼭 다시 찾겠다며 명함을 챙겼다. 지금까지 먹어본 냉면 중 단연 최고였다. SBS 생방송 투데이에도 소개된 집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고 일행이 중앙탑 앞에 모였다.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忠州 塔坪里 七層石塔), 국보로 지정된 신라석탑 중 유일한 7층 석탑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우리나라 중앙에 세워져 중앙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1569년 음력 3월 11일, 퇴계 선생도 이 충주 땅을 밟으셨다. 달천을 배로 건너 말을 타고 충주 관아까지 오셨던 그 길 위에 오늘 우리가 서 있었다.
중앙탑 앞 잔디 위에 잠시 앉았다. 인증샷을 찍고 스틱을 짚고 일어서려는 순간, 발목이 비명을 질렀다. 통증이 너무 심했다. 다시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대기 버스에 올랐다. 마음은 1점도 버스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위했다.
버스 안에서 30~40분 휴식을 취하니 다시 마음이 재현단을 향해 손짓했다. 다행히 내 마음을 아는지, 버스 기사가 시동을 걸었다. 재현단을 태울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해 보니 충주 시내 한복판, 시장통 입구였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이라 했던가. 발로 걷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충주의 속살이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