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 8일차 3, 벚꽃 터널, 그리고 8년 전 제주의 기억
탄금대를 향해 걷는다. 벚꽃 향연 속에 강물이 흐르고, 발걸음은 유유자적 평온하다. 발목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지만, 이 정도 자연의 향기 속에서 걷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문득 8년 전 제주 걸음걸이가 떠오른다. 2019년 12월 23일부터 8일간, 제주도 한 바퀴를 걸었다. 임원의 꿈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 한탄과 또 한탄 속에서 바다를 보며 걸었던 그 8일이었다. 제주공항을 출발해 애월을 거쳐 모슬포, 중문, 서귀포, 남원을 거쳐 성산, 조천을 돌아 다시 제주항 입구로 돌아왔다. 생수 한 병과 함께, 서러운 배고픔과 한탄을 모두 바닷물에 던져버리며 걸었던 그 길. 눈물과 콧물,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은 악행(惡行)의 길이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
그에 비해 오늘은 얼마나 다른가. 퇴계 선생의 귀향길을 따라, 선생의 시와 경을 공부하며 걷는 이 발걸음은 축복 중의 축복이다.
걷는 내내 큰형님 생각이 났다. 제주에서 홀로 걷던 그 힘든 날들,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던 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연락이 왔다. "도포 입고 걷는 발목은 어때? 조심해서 걸어."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응원이다. 역시 우리 큰형님은 자애로우신 분이다. 형님의 건강하심을 두 손 모아 기원드린다.
잔잔한 강물이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하늘과 물의 경계가 사라진 듯한 풍경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갓을 쓴 채 셔터를 눌렀다. 흐린 하늘도, 그것을 품은 강물도, 모두 오늘 이 길의 일부였다.
일행은 10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탄금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