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선생 귀향길 9일차 1편, 의관정제(衣冠整齊)

by 윤석구


퇴계 선생 귀향길 9일차 1편, 의관정제(衣冠整齊)


퇴계 선생 당시 귀향일로 치면 1569년 음력 3월 12일이다. 귀향길 재현 9일차 아침, 2026년 4월 7일이다.



오늘은 어제 도착한 충청감영(충주 관아공원)을 출발해 청풍 관아로 향한다. 그동안 매일 20~30킬로미터를 걸었다면 오늘은 마즈막재까지 도보 5킬로미터 외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버스 탑승을 앞두고 도포를 입고 갓을 쓰면서 '의관정제'라는 말이 문득 마음에 떠오른다. 먼저 의관(衣冠)은 남자의 웃옷과 갓을 뜻한다. 의관정제는 옷과 관을 바르게 갖추어 몸가짐을 단정히 한다는 뜻으로, 단순히 겉모습을 가꾸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 했던 옛사람들의 뜻이 이 길 위에서 새삼 다가온다.


특히 조선에서는 의관정제를 선비의 근본으로 보았고, 옷을 바르게 입고 모자를 바르게 쓰는 태도가 바른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는 출발점으로 여겼다.


그런 측면에서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단원으로 의관정제를 하다 보면, 막상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대님을 매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의관을 갖추는 준비만도 적잖은 시간이 든다. 익숙한 양복과는 달리, 손길 하나하나에 정성과 주의가 필요하다. 옛 양반들은 이러한 과정을 일상처럼 이어갔을 터이니, 그 치밀함과 절제가 절로 떠오른다.


어제 저녁 인터뷰 촬영 사진을 보며 얼굴이 뜨거워졌다. 카메라 앞에 선 내 모습에서 대님이 발목 아래로 흘러내려 있었으니, 그 모습이 여간 어설픈 것이 아니었다. 지난 8일 동안 도포와 갓을 입고도 이 모양이라니, 스스로가 민망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귀향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그런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갓은 이마선에 맞추어 살짝 앞으로 숙여야 눈매가 살아난다며 도산서원 김병일 원장님은 직접 고쳐 주셨고, 동정은 깃을 따라 반듯하게 좌우 길이와 폭이 고르게 드러나야 한다고 김00 선생님은 일러주셨다. 바지단을 고르게 잡은 뒤 대님을 뒤에서 앞으로 감아 단단히 매고, 매듭은 살짝 옆으로 두어야 자연스럽다는 박00 선생님의 세심한 가르침도 이어졌다.


말로 들을 때는 간단해 보였으나, 막상 손에 익히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정의 하얀 선 하나를 곧게 세우는 일도, 대님을 단정히 여미는 일도 몇 번이고 손을 보태야 겨우 모양이 잡힌다.

그제야 옷차림이란 단순한 외양이 아니라, 마음의 흐트러짐까지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거울을 보며 갓의 각도를 바로 하고, 동정을 반듯하게 붙이며, 대님을 단단히 매어 본다.


이 작은 동작들이 모여 '의관정제'라는 말의 뜻에 한 걸음 다가서게 해 줄 것이라 믿으며, 몇 번이고 다시 고쳐 보며 버스로 향한다.


2026. 4. 7. 아침 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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