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 9일차 6편, 의림지(義林池), 물의 기

by 윤석구

퇴계 선생 귀향길 9일 차 6편, 의림지(義林池), 물의 기억



한벽루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퇴계 귀향길 9일 차 마지막 일정은 제천 의림지(義林池)였다. 한벽루에서 제천 부시장께서 제천 산지명 중 퇴계 선생과 연관된 이야기 두 가지를 설명해 주셨는데, 아쉽게도 기억이 온전히 남지 않는다. 다만 이 땅 곳곳에 선생의 자취가 스며 있다는 사실만큼은 선명하다.
의림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다. 저수지 앞 기념관에 들러 몇 가지를 정리해 둔다. 제천 지역은 작성산·삼봉산·월악산·송학산 등 해발 800~1,000미터의 산지가 평야를 둘러싼 분지 지형이다. 높고 경사진 땅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용두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모아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저수지가 의림지다. 제방 퇴적층 분석 결과 AD 800년 전후로 축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于勒)의 이야기다. 우륵이 백성들을 이끌고 용두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의림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백성들은 우륵이 앉아 가야금을 연주하던 바위를 우륵바위라 불렀고, 그 은혜를 기리는 사당도 지었다 전해진다. 가야금 선율과 물소리가 함께 흐르던 이 땅, 오늘 한벽루 누각 위에서 연주했던 대금 소리가 문득 겹쳐졌다.
박물관 전시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맞두레, 용두레, 수차(水車) 초등학교 때 모를 심던 기억 속에서 물을 퍼올리던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청풍호에 잠긴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청동기 유물들도 눈길을 붙잡았다. 오늘 한벽루에서 느꼈던 수몰의 아픔이 여기서도 이어졌다.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 9일 차. 아침 충청감영을 출발해 마즈막재 정상을 밟고, 청풍명월 한벽루에서 세 분 석학의 현판을 만나고, 의림지까지 걷는 것보다는 훨씬 편안한 긴 하루였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가득 찼다.


의림지를 뒤로하고 오늘의 숙소 제천청소년수련원으로 향했다. 내일은 배를 탄다. 구담봉(龜潭峰) 아래 장회나루를 향해, 물 위로 길이 이어진다.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단으로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선생께서 가셨던 그 길의 문화와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지식은 쪼금, 속살은 듬뿍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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