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없다는 걸...

그님을 그리며 한해를 보냅니다

by 윤석구


가는 해가 아쉬운지 창문 너머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립니다.
그냥 토끼해를 보내기가 섭섭한가 봅니다.

새벽부터 아들 녀석도 분주합니다.
고향집 시골에서 친구들과 송년을 보내고
백마강의 새해 일출을 본다며 할머니 산소로 향합니다.

반호정사 삼의당에서 아빠와 아들이 선조 할아버지 채취를 느끼며 서너 번 잔 적이 있었는데 송년회 장소를 선조님이 계셨던 공간에서 보낸다 하니 유난히 예뻐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제 할머니 산소에도 가서 성묘도 드린다 하니 그 님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반가워하실 것 같습니다.

이 추운 한겨울 그 어느 때 보다도 따뜻하게 보내실 것 같습니다.


그리하고 보니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님 서예전에서 읽은 대통령님의 사모곡이 서예 한 점이 유난히 생각나며 그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나중에 돈 벌면
고운 새 옷 한 벌 사드려야지

나중에 취직하면
만난 것 사드려야지


나중에 부자 되면
비행기 태워드려야지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없다는 걸.... "


그리하고 보니

그 엄마한테 옷을 두 번 사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첫 번째는 생신을 맞이하여 옷 상의 옷깃(에리) 부분이 신부님들 착용 형태의 에리 옷이었는데 평소 입어보지 않으셔서 그러했던지 촌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며 입어보고 벗고 입어보고 벗으시던 추억입니다. 아무래도 마음한쪽 껄적지근 거리셨나 봅니다. 아들 녀석이 사줬다고 입고는 싶은데 막상 뭐 거시기했다고 할까요.


두 번째 옷은 아마도 한겨울 유난히 추웠던 설 선물였던것 같습니다. 소가죽으로 내피가 털이 많아 꽤 따뜻해 보였습니다


'으매 이 비싼 것,

셋째 아들이 사준 옷이여' 하시며

새벽녘 군불땔 때 장날에는 꼭 입고 나가 자랑하시던 그 모습들,


'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


서예전의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그 서예문구가 또 한 해를 보내며
그 손주가 할미를 향하여 가는 뒷모습에서
소복소복 내리는 계묘년 흰 눈을 바라보며
그님을 더욱 그립습니다.

늘 평안하소서...
늘 평안하소서.....
2023.12.30 11시 7분 꽃 우물에서


Ps. 두 번째 옷을 선물하고 얼마 만에 하늘에 가신 지 어느 것 19년. 엄마의 유품 누이가 고이 간직하고 있다 했는데 가까운 날 그 엄마 냄새 맡으러 가 보아야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