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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오소(8254), 부자유친(父子有親)

아들과 스크린골프의 행복

by 윤석구

빨리오소!

삼강오륜 중 삼강의 하나인 '부위자강(父爲子綱)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과 가르침을 전해야 하며' 오륜 중 '부자유친(父子有親)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서로에게서 애정과 돌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8254'는 아들의 핸드폰 뒷자리 번호다. 중학교 시절 방과 후 학원 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귀가 잘 하겠지 하는 기대감은 점점 절로 가고 뿅뿅 집이 도서관이 되어 아무리 찾고 연락을 해도 뿅뿅 삼매경이 되어 도저히 방법이 없어 특단의 조치 두 가지를 내렸다.

그중 핸드폰을 사주면서 전화번호를 뿅뿅 집 가지 말고 가더라도 빨리 마치고 빨리 집에 오라는 의미에서 '빨리 오소' 즉 8254 번호를 채번 한 것이었다. 빨리 오삼 8253은 반말인 듯 해 귀한 아들한테 그래도 부위자강과 부차유친의 뜻인 자식에게 사랑과 부자간 애정과 돌봄의 마음으로 오삼(53)보다는 오소(54)로 제안했고 아들도 新 핸드폰 갖게 된다는 기쁨에 흔쾌히 동의하여 선물로 준 것이었다.

그 버릇 어디 갈까!
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뿅뿅 시간도 팍 줄이고 나름 부모마음을 기쁘게 하는구나 이제는 철이 드는구나의 효력은 불과 한 달, 방구석 들어가면 책은 뒷전이고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지질 않으며 허리가 아프니 시력이 떨어졌다는 등 어디서 저런 아들이 나왔는지 속만 탈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앞단지 상가 5층 건물에 골프연습장이 생겼다는데 집중력 키워주는 의미에서 딱 3개월만 골프연습 등록 시켜주면 어떨까요"

말은 하지 않아서 그렇지 엄마들끼리 만나면 속 뒤집어질 때가 한두 번은 아닐 것으로 아이엄마 마음 내심 짐작은 했다. 딸둘낳고 배 아파 세 번째 만든 아들이니 족히 사랑스럽고 그 또한 공부 잘하길 그 얼마나 기도할지 그 속마음을 뻔히 알기에,

"나가 중학교 때 사격선수였지, 전교 일등인 안희* 현 강*대학교 교수하고 함께 담임선생님이 사격반에 등록하게 하여 나름 열심히 연습해서 道 대회에 출전도 했지요." 몰론 예선전 참가에 만족했지만....

묵시적 아빠의 동의에 이튿날 골프연습장 등록했고 전문코치가 몸매도 잘 만들고 빠른 시간에 집중훈련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기대심이 점점 커졌다. 한 달 두 달 뿅뿅에서 탈출하며 나름 재미를 붙여 어느날부터 아이언 7번에서 5번 3번으로, 드라이버도 70m 150m 200m 점점 늘고 볼 방향도 가운데로 비상하는 모습에


"할 수 있다, 잘하네, 소질 있네, 장하다"의 칭찬은 역시 고래도 춤추는 결과로 일취월장 250m 비거리로 발전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시간이 된 아들에게 소시적 애용하던 아이언 골프SET를 건네주고 드라이버도 체형에 맞는 샤프트 강도로 맞추어 입사기념 선물을 주었다. 물론 골프화도 사주고!

아드님!
"직장선배 또는 거래처 파트너들과 스크린 골프장에 간다고 했지?"

"골프는 매너운동인것 잘알지, 18홀 경기동안 어떤 인품을 갖고 있는지 됨됨이가 있는 사람인지 금방 다 알게 되는것이 골프라고 그동안 많이 이야기 했지. 늘 동료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골퍼가 되도록 해요"

'그리고 날씨도 추운데 오늘 부자유친 한판 어때?

지난해 여름날 올림픽 cc 게임비 내줄 때 빠 기분 삼삼했는데 어때 복수혈전 한번 할까?"

'좋지요 아빠, 단단히 복수해드릴게요.'
인근 Golfzon을 찾아 '대원군 대감' '백돌2윤' 으로 등록하고 자웅을 겨룬다.

~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이여.~

두어 달 골프채를 잡지 않아 볼이 엉망이다. OB 투성이고 거리도 줄고, 반면 젊음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아들, 전쟁 전쟁이다.

'파, 보기, 양파, 보기, 보기, 모처럼 버디'
대신 아들은 '버디, 버디, 보기, 버디, 파, 파'....., 속이 타고 뒤집어진다.

타당 천 원, 현찰도 필요 없다. 한 홀 마치면 즉시 카카오페이에서 송금버튼 누르면 즉시 수금한다.

동타 또는 트리플이면 배판이 되고 버디가 되면 5000원 버디값 추가, 전후반 버디를 다섯개, 드라이버 거리 평균 260m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왔는지?

지난해 올림픽cc 아들과 아빠


"빠 지난여름 올림픽 cc에서 게임비 30만 원 낼 때 속 엄청 쓰렸거든,

워떠유, 속 좀 쓰리셔요, 콩나물 해장국 사드릴까유!'

점점 말이 없어지는 아빠, 5만 원 잃고 게임값 지불하고 속은 엄청 쓰리지만 남들 아들들처럼 키도 제 아비보다 10cm 더 크고 드라이버도 70m 더 나가고 이제는 50m 이내 어프로치는 눈 감고치니 상대가 될 수 없게 되었다. 다음부터는 핸디를 받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아들이 대견할 뿐이다.

속마음 울구락 불그락, 복수혈전 마음뿐! "아들 올림픽 cc 나인홀만 치러 가지. 예약해요"

"좋아요 아버지!"

가방을 챙기고 시동을 거는데 아뿔싸 눈대신 비가 내리니 복수혈전은 다음으로 이월하고 냉장고 뒤져 삼겹살에 폭탄 석 잔으로 눈물을 삼킨다
18홀 전패!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자유친(父子有親)!
그 얼마나 뿅 뿅으로 엄마아빠 애 때웠던 그때의 핸드폰 8254 번호,

이제 그 아들도 어느덧 건장한 이 사회의 일꾼 멋진 청년이 되었으니

늘 장도의 길만 되기를 축원해 본다.

멋진 아들 자랑스러운 아들사랑해요. 다음에는 핸디 주삼, 오늘 부자유친 (父子有親)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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