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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택 경비원 K Aug 29. 2024

일본 삿포로 여행 1️⃣

삿포로 홍보대사

모두가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은 두근거림을 주고,

여행은 날 계획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여행은 때론 날 즉흥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여행은 다양한 사람과 얘기할 시간을 주고,

여행은 혀를 춤추게 만들고,

여행은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고,

여행은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고,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 '신선한 자극'을 주는 여행을 누가 싫어할까.

여행 다니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성인이 된 후 시간이 될 때마다 여행을 다녀왔다.

국내여행도 많이 다녔고, 1년에 한 번씩은 꼭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기 위해 참 열심히 살았다. 

대학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 경비를 마련해 봤고,

군대에서 받은 쥐꼬리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여행 경비로 사용했고,

직장인일 때는 업무를 미리미리미리미리 처리해 어떻게든 여행을 다녀왔고,


나와 같은 '보통의 인간'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그리곤 기쁨을 느꼈겠지. "아! 내가 이 행복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


여행이 주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지난주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삿포로'를 다녀왔다.

(원래는 호주를 가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회사 업무로 너무 바빠 가까운 삿포로를 선택했다)



우리 부부의 해외여행은 5년 만이었다.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프랑스 파리, 일본 교토&오사카 여행 후 처음이니. 5년 만이네.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탈 뻔)


그간 해외여행을 못 간 이유는 뭐 특별하진 않다.

1. 결혼 준비 - 결혼 준비 중 코로나19가 엄청 심해지더라

2. 코로나19 팬데믹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을 남해로 다녀왔다 

3. 회사 - 올해 3월까지 둘 다 너무 바빴다


5년간 제주도도 다녀오고, 국내여행도 다니고 해서 아쉬운 건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좀 얄팍해서 '해외여행을 가야! 여행을 다녀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 여름엔 꼭 해외로 나가기로 와이프와 약속했고, 그렇게 삿포로를 다녀왔다.


일본은 참 많이 갔다. 10번 정도 갔다.

회사 업무 때문에도 갈 일이 많았고, 동생, 친구들과의 여행으로도 많이 갔다.

도쿄, 오사카, 교토, 나라, 요코하마,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일본의 굵직한 도시는 가봤는데, '삿포로'는 처음이었다.



누가 그러더라. 삿포로는 겨울에 가야 한다고.

삿포로가 위치한 북해도(홋카이도)가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겨울이 되면 '겨울왕국'이 된다고 하던데.

난 눈을 싫어한다. 추운 것도 싫어한다. 

그리고 책과 여러 정보를 보니 여름의 삿포르도 매우 매력적이더라. 특히 7월에는 후라노 시에 있는 라벤더 밭이 그리 예쁘다고 한다. 물론 8월 중순 이후 간 우린 보지 못했다. 대신 푸르른 텔레토비 동산을 실컷 봤다.


아무튼 삿포로는 좀 특별했다.

외형적으론 여느 대도시와 다를 게 없지만, 뭔가 일본의 다른 대도시에선 느끼지 못했던 '특별함'이 있었다.

내가 느낀 그 특별함은 다음과 같다.


1.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다 - 일본인(4) : 한국인(3) : 중국인(3)의 비율

2. 삿포로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디저트가 많았다 - 수프 카레, 징키스칸, 멜론, 롯카테이, 르타오, 맥주 등

3. 삿포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 ex) 후라노&비에이

4. 8월인데도 시원했다 - 낮에는 좀 더웠지만 분명한 건 우리나라보단 시원했다

5. 교통망이 잘 돼있다 - 도심은 바둑판식 도로 구조라서 길 찾기가 쉬웠고, 대중교통 서비스도 편리했다

6. 분명 일본인데, 본토의 일본 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었다



정말 특별했다.

도쿄, 오사카, 교토 등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함이었다. 

4박 5일을 정말 알차게 다닌 우리 부부의 계획 때문에 특별했을 수도 있겠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정말 많아 거기서 주는 '일본스러움'이 좀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너무 많아서 여기가 '일본 맞나?' 싶을 때도)

(그래서 다른 지역의 일본인들도 삿포로 or 홋카이도로 관광을 많이 오는 건가?)


구글 지도 보면서 맛집 찾아다니고,

백화점에 들어가서 아이 쇼핑 하고,

아무 카페나 가서 커피 테이크-아웃 후 길바닥에 앉아 커피 마시고,

삿포로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는 꼭 먹고,


여행의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삿포로를 다니면서 받았던 '특별함'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내년 2월에 또 삿포로를 가기로 했다. 웃긴 건 이 약속을 삿포로에 있는 내내 '되새김질'했다는 것.


더 웃긴 이야기도 있다.

이번 일본 여행을 앞두고 2주 동안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왜냐면 일본을 갈 때마다 영어로만 '당당하게' 대화하는 게 마음에 좀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영어를 썩 잘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엔 일본어로 꼭 대화를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다 외우고, 

기본적인 문장과 단어도 외워서 써먹어 보려고 했는데,

중요한 '리스닝'이 전혀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일본어로 대화를 하면 뭐하나.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읽을 줄 알면 뭐하나. 듣기가 안 되는데!



일본인들이 일본어로 뭐라고 말할 때마다 내가 했던 단골 멘트가 있다.

혼또니 스미마셍. 와타시와 칸코쿠진데스.

니혼고가 데키마셍.

'한국인이라서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는 말을 한 뒤 바로 영어로 대화를 할 때마다 와이프는 빵 터져서 나를 놀렸다. 민망했다. 정말 민망했다. 그래서 다음번엔 리스닝을 정복해서 오기로 했다.

다음번엔 꼭 일본어로 대화를 할 테다.


우리 부부가 삿포로에서 갔던 맛집과 명소다. 

색다를 건 없지만 나중에 삿포로를 가실 분들을 위해 약간의 도움을 주고자 소개해본다.




1. 수프 카레 '가라쿠'

삿포로에 오면 수프 카레를 꼭 먹어야 한다.

여러 수프 카레 전문점이 있는데, 꼭 가봐야 하는 식당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이 찾는 식당이며, 기본 1시간 이상은 대기해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고, 지겹겠지만 그만큼 먹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 수프 카레 '사무라이'

삿포로 명물인 니카상 거리에서 가깝다.

가게 입구가 작아 눈에 잘 안 띄니까 가게 외관을 꼭 기억해야 한다.

2, 3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어 메뉴도 지원된다. 키오스크 방식이라서 주문이 편하다.

가라쿠와 비교했을 때는 수프 맛이 조금 더 자극적인 편이다. 그래도 맛있다. 


3. 마루세이 커피

카페이긴 한데 브런치 전문 카페라고 보면 된다.

가라쿠와 가까운데 만약 가라쿠 대기 시간이 있다면 여기서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아이스커피 가격도 나름 저렴한 편이며, 다양한 브런치 메뉴가 판매되고 있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으니 로컬 느낌의 카페를 찾는다면 여기를 추천한다.


4. 마루미 커피 스탠드

삿포로는 삿포로역부터 스스키노역까지 지하도로 연결돼 있다.

지하도가 발달된 일본의 특징이 삿포로에도 구현된 것인데, 지하도에는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있다. 

재밌는 걸 지하도에 다 숨겨놨나 싶을 정도다. 

여기 마루미 커피 스탠드도 그중 일부인데 지하도를 걷다가 갈증이 날 때 커피 한 잔 사 먹으면 좋을 듯하다.


5. 파타고니아 아웃렛

말 그대로 파타고니아 의류를 판매하는 곳이다. 

아웃렛이기에 일반 매장보다 보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물론 철 지난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고, 가격도 착한 편이니 한 번 들르면 좋을 듯하다.

현지인들도 여기서 많이 사더라.


6. 키노토야

디저트 전문점이다.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1층에도 있고, 오도리 공원 근처에도 있다.

두 매장 모두 사람은 많다. 그만큼 맛있다는 방증이다.

다양한 디저트류가 판매 중인데 과일 오믈렛을 추천한다.

매일 하나씩 먹어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7. 롯카테이

꼭 가야 한다. 삿포로에서만 볼 수 있는 디저트 판매점이다.

1층은 선물용 디저트를 판매하고, 2층은 카페로 운영된다.

디저트는 호두가 들어간 버터 케이크와 건포도가 들어간 버터 샌드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호두가 들어간 버터 케이크를 강력 추천한다. 우린 10박스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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