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화도 나지 않았고 그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마음이었다. 마치 비 오는 날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멍하니 내다보는 느낌. 내가 그렇게까지 혐오감을 주는 존재였던가. 그 말은 내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무게로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말하고, 성급한 오해를 피하고자 노력해온 나의 태도마저 한순간에 기괴한 것으로 치부된 느낌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설명과 이해를 중시해왔다. 섣부른 판단보다는 대화를, 추측보다는 질문을 택해왔다. 그렇게 쌓아온 신뢰는 종종 오해의 위험을 동반했고, 나는 그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때때로, 어떤 사람에게는 그 질문이 침입으로, 그 배려가 간섭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끝은 “소름 돋는다”는 비수로 돌아왔다.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누구나 서로 다른 세계를 품고 살아가고, 때로는 그 다름이 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벽을 세우는 방식에 품격이 없는 건 슬픈 일이다. 내 진심이 ‘위험하다’는 이름으로 왜곡될 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였는지보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말은 칼이 되고, 판단은 낙인이 된다.
나는 그 말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변명하지 않는다. 억울함을 구구절절 늘어놓지도 않는다. 대신 내 안에서 작게, 그러나 단단하게 되뇐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고, 한 번 내어준 마음은 끝까지 책임지려 했던 사람이다. 내 말은 소름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이해의 손짓이었다.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의 한계를 내가 짊어질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나는 조용히 물러선다. 내가 모욕당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하기엔 좁고 거친 언어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소름”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언어이고, 그 사람의 세계다. 나는 그 말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믿고, 관계를 존중하며, 진심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건 어떤 왜곡된 말도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