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긴 터널속

by 하린

되는 일도 하나 없는 해라고 적어내려가면, 글자마다 무력감이 묻어난다. 삼재도 아닌데, 왜 도전만 하면 번번이 실패가 찾아오는 걸까. 수없이 준비하고 작은 실험들을 쌓아 올렸건만, 하늘은 내 간절한 마음을 외면한 듯하다.


오랫동안 브런치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져 문장을 붙잡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많았지만, 시작선에 서기 전까지 수많은 도전과 준비가 필요했고 그 과정마다 실패가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실패는 쌓일수록 마음의 근육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요즘 나는 터널을 걷는 듯하다. 앞은 끝없이 어둡고, 뒤로 물러날 힘조차 없고, 옆에서 누군가 손을 잡아주길 바라지만 터널 속엔 오직 내 발소리만 메아리칠 뿐이다. 때로는 그 메아리조차 위로가 아닌 더 큰 고요로 다가와 나를 흔든다. “내가 잘못된 걸까?” “이 길이 맞긴 한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이 자꾸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이 감정을 글로 적어내기로 한다. 쓰는 행위 자체가 내 안의 작은 저항이자 생존의 몸부림이 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다시 문장을 세우는 순간은 더없이 소중해진다. 어쩌면 실패는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설 수 있게 떠받치는 밑받침일지 모른다. 무겁고 불편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 위에 서는 날이 오면 나는 지금보다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긴 호흡 하나로 시작한다. 억지로 성과를 만들어내려 애쓰지 않고, 그저 작은 움직임이라도 시도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들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 속의 좌절과 고단함 역시 내가 걸어온 길의 일부다. 나는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같은 터널을 걷고 있다면, 부디 속도를 비교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으며, 같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걸음을 멈추어도 괜찮고, 잠시 앉아 쉬어도 괜찮다. 작은 온기 하나가 다시 일어설 용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서 있다. 오늘의 이 글이, 나에게는 아주 작은 불빛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불빛이 닿는 먼 곳에서 누군가 또 다른 불빛을 밝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 모두, 각자의 터널 속에서 서로의 불빛을 찾아 걸어가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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