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람 때문에 하나님을 오해할 뻔했다. 믿음으로 시작한 일이었고, 소개해주신 분들 모두 선한 마음으로 중매를 권해주셨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담이 되어도 순종하려고 했고, 현실보다 주님 뜻을 먼저 붙잡아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변하고, 내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바뀌었을 때, 그 변화를 솔직히 설명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이해나 위로가 아니라 ‘신앙인의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는 무자비한 지적이었다. 내 진심이, 내 사정이, 내 간절함이 통하지 않고 무시되는 것 같아서 순간 내가 믿어온 신앙 자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단지 한 사람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고, 가능하다면 좋은 인연으로 이어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작 그 사람과는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삼촌 목사님과만 연락하고 계획이 정해졌다. 내가 원했던 것은 서두르는 결혼도, 성급한 약속도 아니었다. 믿음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고 싶은 자연스러운 대화였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순종하지 않는 불신자처럼 몰려버렸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내 의도가 왜곡되어서 다른 사람의 권위를 훼손한 사람처럼 되어버린 지금, 내 마음 한 구석이 너무 억울하고 쓰리다는 것이다. 애써 공손히 설명하고, 거듭 사과해도 돌아오는 건 끝없는 책망뿐이었고, 그 안에서 내 말은 더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내가 이렇게 큰 죄를 지었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 그렇게까지 벌 받아야 할 일인가?
사람 때문에 하나님께 드리는 내 믿음까지 무너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번 일로 내 신앙이 한층 더 깊어졌다기보다는, 교회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쉽게 사람의 권위로 둔갑할 수 있는지를 처절히 알게 되었다. 이 일로 내 마음에 난 상처는 주님께서만 아실 거라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주님 앞에 솔직한 마음으로 머무는 것이다. 사람은 나를 몰라줘도, 내 상황은 몰라도, 내 중심은 주님께서만 아신다고 믿고 오늘도 겨우겨우 마음을 붙잡는다. 이번에도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다시 주님께만 기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