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다시 출발하다

by 하린

석사 졸업 이후 2년 1개월이라는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치열했던 구간이었다. 바쁘게 무언가를 쌓아 올리기보다는, 무엇을 쌓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공백’이라는 말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멈추는 법을 배웠다.


석사를 마쳤을 때, 다음 단계는 이미 정해진 수순처럼 보였다. 박사과정이라는 길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은 한 걸음도 쉽게 나아가지 않았다. ‘갈 수 있는가’보다 ‘지금 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학문을 삶의 일부로 삼고 싶었던 나는, 준비되지 않은 열망으로 이 길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2년 1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연구와 심리상담 현장을 오가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론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이론이 닿지 못하는 지점에 남아 있는 감정과 침묵이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학문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오래 버티는 힘은 성취보다 성찰에서 온다는 사실을.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는 조급함과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감정조차도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비교의 감정 앞에서 나 자신을 재촉하기보다, 왜 이 길을 선택하려 하는지를 다시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늦어지는 대신, 점점 분명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2년간 등록금과 입학금 전액을 장학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 지원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이자, 동시에 이 시간을 가볍게 쓰지 말라는 조용한 요청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기대와 제도의 지원 앞에서, 나는 더 겸손해졌고, 더 엄격해졌다.


이제 나는 이 시간을 돌아보며 말할 수 있다. 나는 멈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백은 나를 지연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내 자리로 데려다주었다. 박사과정이라는 긴 여정을 앞두고, 나는 더 이상 증명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고 사유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이 시작은 설렘보다는 고요에 가깝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는 분명한 결심이 있다. 나는 이 길을 선택했고, 이 선택의 무게를 알고 있으며, 그 무게만큼 사유하고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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