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내 발걸음을 감싸던 그 날, 나는 한적한 길가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방황은 있어도 후회는 없을 거야."
내가 걸어온 길은 늘 직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오솔길,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 모든 발자국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소중한 기억들이었다. 방황의 순간마다 나는 세상과 내 자신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 속에서 작지만 값진 답들을 찾았다.
어릴 적부터 계획했던 미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던 나의 인생은, 종종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그 길 위의 방황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번은 낯선 도시의 어둠 속을 헤매며 지친 마음을 이끌고 들어간 작은 서점에서, 나는 내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그 책은 인생의 굴곡진 여정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말라고, 방황하는 시간들이 결국 자신을 찾게 해준다고 이야기했다. 그때의 한 줄 한 줄은 내 마음 깊은 곳에 깊이 스며들었고, 마치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 나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방황의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도 내게 큰 위로와 깨달음을 주었다. 우연히 퇴근하고 버스를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앞에서, 눈빛이 따뜻한 한 노신사가 내게 인생의 여러 굴곡을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완벽하지 않은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이루었다는 진실을 담고 있었고, 그 모습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한참 후에도 내 귀에 맴돌았고, 매번 발길이 멈추는 순간마다 다시금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게 하는 힘이 되었다.
또 다른 날,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어느 오후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며,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느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수많은 방황과 좌절, 그리고 작지만 눈부신 승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이미 목표를 찾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을 테지만, 그들 또한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경험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 역시 분명 값진 이야기가 될 것임을 믿게 해주었다.
길을 잃는 순간,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길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내 발걸음은 때로는 느려지고, 때로는 무거워졌지만, 모든 순간은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다. 지나온 길 위의 모든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완성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상처마저도 내가 더욱 단단해지게 만든 비밀스런 선물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후회라는 감정은 마치 어두운 구름처럼 때론 마음을 덮었지만, 결국 그 구름 너머에는 언제나 반짝이는 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 순간, 나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방황은 있어도 후회는 없을 거라고. 비록 미래가 불확실하고 때로는 길 잃은 듯한 기분이 들더라도, 모든 경험은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채워가는 소중한 순간들임을. 그리고 그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언젠가 내 인생이라는 책에서 가장 빛나는 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내 발걸음은 앞으로도 여전히 방황할지 모르지만, 그 길 위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과 만남은 모두 나를 위한 귀한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그 길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방황 속에서도 후회 없는 발걸음이, 결국 내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