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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공간,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대학상담센터 재계약을 앞두고

by 하린

익숙한 공간에 다시 앉아 있다.
재작년 이맘때쯤, 처음 이곳의 문을 열었을 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낯선 환경, 조심스러운 첫 만남, 그리고 상담실에 스며든 내담자들의 이야기들.
그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었지만, 이제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이곳에 머문다.
그만큼 나는 변했고, 성장했다.

계약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와 설렘이 먼저 밀려왔지만 곧 무거운 책임감이 따라왔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직업적 연장이 아니다.
또 한 번의 배움, 또 한 번의 관계 속에서 내가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상담실에서 나는 다양한 얼굴의 감정을 마주했다.
슬픔과 불안, 분노와 외로움, 그리고 가끔은 희망과 따뜻한 미소까지.
때로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지고,
때로는 그들의 작은 변화가 기쁨이 되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심리상담사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 함께하는 일임을 실감했다.

내담자들은 상담실의 문을 열면서도,
그 문을 열어야 할지 망설인다.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만,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빛.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괜찮을지 조심스레 나를 살피는 모습.
나는 그들에게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때로는 상담이 끝난 후에도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 있다.
"내가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이런 방식이 최선이었을까?"
"내담자는 어떤 마음으로 상담실을 나갔을까?"
그 질문들은 나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상담사로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번 계약 연장은,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또 한 번의 깊어짐이라 생각한다.
나는 다시 이곳에서,
다시 상담실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고, 또 다른 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나는 조용히 이 공간에서 기다린다.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흔들리던 감정이 조용히 내려앉기를 바라며.

그리고 나 역시, 이 길 위에서 또 한 걸음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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