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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절친, 세살

by 하린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기를 만났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금세 예전처럼 편해졌다. 다만, 그녀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였고, 나는 여전히 미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키즈카페 가야 하는데 같이 갈래?" 친구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사실 키즈카페는 나와는 거리가 먼 공간이었다. 나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어 덜컥 따라 나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는 카페가 아니라 아수라장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공이 날아왔다. 당황할 틈도 없이 친구의 첫째 아들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이모, 나 봐봐!"


거절할 틈도 없이 아이에게 손을 붙잡혀 볼풀장에 들어섰고, 그는 미끄럼틀을 타면서 다양한 묘기를 선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붕어 잡으러 가자!"며 수족관 같은 게임장으로 뛰어갔다. 나는 정신없이 따라다니며 아이의 놀이 파트너가 되었다. 그렇게 한바탕 뛰어놀고, 땀까지 흘린 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친구의 아들이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이모, 우리 또 만날 거지?”


“그럼! 이모가 너랑 안 놀아줄 것 같아?”


하지만 내 대답에도 아이의 얼굴은 점점 시무룩해졌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살짝 장난을 쳤다.


“근데 너, 나보다 체력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다음에 만나면 이모가 늙어서 못 버티면 어떡하지?”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그때는 내가 놀아주면 되지! 이모 나 못 믿어?!”


친구는 그런 아들을 보며 웃었다.


“너 이제 나보다 얘랑 더 친한 것 같아.”


돌아오는 길, 나는 녹초가 된 몸을 간신히 끌며 친구를 바라봤다.


“너는 대체 이런 걸 어떻게 매일 하는 거야?”


친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엄마 체력은 다르거든.”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예상치 못한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뜻밖의 친구를 사귀었다.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다. 엄마들의 체력은… 인간계를 초월한 경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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