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는 조용히 마음을 말린다

by 하린

요즘 주변에 냉소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가까운 친구 중 하나가 그런 경우, 처음엔 오히려 그 냉소가 '성숙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에 들뜨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늘 한 발짝 떨어져 현실을 바라보는 듯한 태도는 마치 삶의 무게를 더 깊이 이해한 사람처럼 보인다.

“괜히 기대하지 마.”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야.”

“열정 같은 건 결국 식기 마련이야.”

그 친구의 말들은 처음엔 현실적인 충고처럼 들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 감정의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기쁜 일이 생겨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고, 새로운 가능성에 설레어도 스스로 그 기대를 꺾게 된다.

혹시 너무 들떴다는 말을 들을까 봐, 혹시 순진하다는 눈빛을 받을까 봐.

냉소는 때론 자기방어다. 세상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하지 않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그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람 곁에 오래 머물다 보면 나 역시 나를 지키기 위해 내 감정을 감추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결이 달라진다.

따뜻한 사람과 함께하면 내 안의 온기도 더 자주 드러난다.

반면, 냉소적인 사람과 함께하면 내 안의 기대와 설렘이 조용히 마모된다.

물론 친구 한 사람의 성향으로 나의 삶 전체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계는 기류다. 자주 맞닿는 기류에 따라 내 감정의 온도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의 공기 속에서 내가 숨 쉬기를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여전히 감동에 약한 사람이 되고 싶다.

쉽게 기대하고, 자주 설레며, 때때로 상처받더라도 내 마음을 다치지 않은 채 꺼낼 수 있는 사람.

냉소보다 따뜻함을 선택할 용기, 그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성숙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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