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쏟아져, 퍼부어, 넘쳐나

by Rian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더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물었어. 너는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고, 할 말이 없었지.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모아 주먹을 쥐었지만, 입술이 떨고 있었어. 눈만 웃고 있었어. 그래도 안에서부터 짜내어 하나씩 대답을 했지.


떠다니는 말들을 겨우 붙잡고 있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진 못했어. 생각들은 엇갈리고 나는 거의 울뻔했지.


해낼 수 있다고, 걱정 말라고 말했지만. 나도 못 믿겠더라. 그래도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 나라도 있어야지.


아무도 못 믿어줘도. 나만큼은 나를 믿어줘야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뱉어냈어.

해낼 수 있다고 말이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지금의 어려움은 내일이면 경험이 될 거라고.


알아. 내일이면 그 모든 일들을 맞서야 한다는 걸. 온몸이 흠뻑 젖어, 그만하고 싶겠지. 알고 있어. 그런데 뭐 그런 일들이 한두 번인가. 어차피 몇 번 겪었다고 쉬워지진 않더라.


그러니까, 매번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생겨. 조금 숨을 돌린다 싶으면, 또 다른 빗 줄기가 쏟아져, 퍼부어, 넘쳐나.


인생에 단 한 번만 좀 쉽게 가달라고 그렇게 기도했었는데. 어떻게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지.

왜 난 이렇게 매번 간절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모든 일들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아. 바보 같은 녀석.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약해 빠져서, 겨우 그런 일에 한심하게 빌빌대다니.


나도 괜찮고 싶다고.

아무렇지 않고 싶다고.

두발로 우뚝이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평안한 미소를 짓고 싶어.


그런 하루가, 그런 일주일이, 그런 일 년이 내게 와주길 그토록 바랐는데. 잘난 것 하나 없는 인물에, 이 정도의 바램도 호사일 줄이야.


뭐 그래도 결국 잘 해낼 거야.

이런 말 하고 싶은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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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힘이 없어. 부들거리는 다리로 서 있는 것만으로 기적이야. 그냥. 멍하니 있다가.

눈물 한 방울 찔끔거렸다, 맥주나 한잔 마시고, 실성한 듯 웃다, 음악 좀 들어주고, 다시 눈물 두 방울 흘려줘야지.


나 좀 미워했다. 사랑했다. 혐오했다. 아껴주다. 버렸다가, 보다듬어 줘야지.


어느 날은 이런 날도 있는 거야.


너무 작아져 버린 나를 버리지 못하고, 그 조그마한 녀석을 내려다보면서도 애증 섞인 동정하는 날.

돌덩이 보다 무거운 마음 덩이이고 지고 걸어야 하는 날.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일이면 다시 힘낸척하면 돼. 나약한 나를 또 감추면 돼. 그럴 수 있어. 오늘만 잘 버티면 되는 거야.


아무도 모르면 괜찮은 거야.


다들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겠어, 난 이렇게 보잘것없는데. 반짝반짝 평온한 세상엔 내가 어울리지 않아.


이런 마음들이 오늘까지만 이었으면 좋겠다.


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태양까지는 바라지 않아.

밤 하늘의 이름 없는 별.


그래도 빛나잖아.

아무도 나를 몰라도 난 눈부시잖아.

너와 나의 거리만큼 나의 밝음이 너에게 닿지 않을 뿐이야.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 빛을 낼 거야.

자그마한 온기로 허기를 채워줄 거야.

어둑한 길을 밝혀주진 못해도, 가는 길에 희미한 흔적은 남겠지.


오늘은 그럴 기분이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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