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쓸데없고, 최고로 시시하며, 볼 것 없는 것으로 일등인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수집가를 모아 책을 만들고 싶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에 기꺼이 온 마음을 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른 이에겐 보잘것 없지만 나에게만큼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모험 자체인 수많은 관심사들. 공감해 주는 사람도, 호응해 주는 사람도 없이 외롭고 고독한 수행자의 길을 걷는, 정신 나간 사람들. 분명 대화하기 껄끄럽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될까 싶지만 사소한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바뀔 것이다.
예를 들면 “전 성냥개비의 나뭇결을 모으고 있어요, 이것 좀 보세요. 이건 수평으로 결이 나 있는데,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거든요.”
혹은 “다 태운 인센스의 재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을 남깁니다. 부드럽게 바스러진 재속엔 스스로 불태워 향기를 퍼트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또는 “저는 청설모가 먹다 버린 솔방울을 모아요. 새우튀김 모양부터 닭다리 모양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가끔씩이지만 편식하는 녀석들도 있어요” 이런 식이다.
수집 방법만 문제없다면, 괴상하리만큼 사랑스럽다.
빵 속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모으거나, 성냥개비의 나뭇결을 모으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 관심사의 차이일 뿐. 단지 공감하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남들이 관심조차 주지 않는 하찮고 작은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감을 얻는 사람들. 사소한 수집가들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없는 삶은 불행하며, 사랑의 대상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소한 수집가들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소한 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속삭이고 있어 닿지 못했던 이야기가 작은 목소리조차 놓치지 않았던 사람들에 의해 꺼내어진다. 수집가라 부를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지만 매일 산책길 관찰하는 나무가 있다. 관찰한 지는 일주일 정도 됐고, 이름은 ‘꼬미’다. 약 3m 떨어진 거리에서 살펴보니 체감상 10cm 정도 자랐다. 종류는 우산 나무(층층나무)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다.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다람쥐가 날쌘 동작으로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다 꼬미 옆에 열매를 숨겨 놓으면 서다. 몽실한 털 뭉치 사이로 앙증맞은 두 손이 빼꼼 나왔다. 3cm쯤 흙을 파헤치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물론 나는 철저히 무시한 채)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서인지 꼬미를 한참 쳐다보더니 떠났다. 나무가 너무 빨리 자라 다람쥐가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젠가 다람쥐가 돌아와 열매를 꺼내 먹을지 궁금해, 그때부터 꼬미를 지켜보았다.
두 번째 다리 건너, 왼쪽 아카시아 나무 옆 11cm 크기의 나무 옆에는 열매가 심어져 있다. 넓고 넓은 숲 속 아무도 관심 없는 나무 한 그루는 다람쥐와 나만의 비밀이다.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사소한 수집품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 당신도 편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걱정 마시라. 우린 당신의 친구이고, 비슷한 구석도 있으니까.
“당신. 그래 당신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만 아무도 관심 없고, 말하면 무시당했던 그런 것들 있잖아. 혼자만 좋아하던 거. 듣고 싶은데. 여기 그런 사람들이 꽤 많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