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물건들이 모이는 곳

그곳에 가면 잊혀진 것들을 만날 수 있다

by Rian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미지의 존재들. 오래된 서랍장의 액세서리 칸 모서리, 매일 입는 청바지의 왼쪽 주머니, 체크무늬 가방의 지퍼 안, 작은 요정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물건 모으기를 좋아한다.


머리핀, 클립, 나사, 고무줄처럼 너무 많아 신경 쓰지 않는 물건부터. 사진, 앨범, 일기장같이 추억 서린 물건들. 특히 반지, 귀걸이, 팔찌 같은 반짝이는 물건들을 좋아한다. 그 외의 것들은 먼지가 쌓여, 내가 깜빡할 때쯤 앙증맞은 이들의 수집품이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명 어젯밤, 침대 머리맡에 놓았던 머리핀이 사라지고, 책상 위 종이들을 정리하려 꺼내놓은 클립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헤어진 연인이 주었던 팔찌는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고, 친구들과 여름 바다에서 찍었던 사진들은 종적을 감췄다.

분명 여기에 두었는데 찾을 수 없다. 책상, 수납장, 먼지 쌓인 철제 상자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다. 엄마한테 물어봐도 “네가 거기에 뒀잖아. 난 건들지도 않았어” 라며 핀잔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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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사람들이 코 골며 쓰러져 있을 때, 밀려드는 업무에 쉴 틈 없이 키보드를 눌러야 할 때, 커피숍에서 빨대를 입에 문 채, 지나가는 자전거나 쳐다볼 때. 물건들을 가져간다.


작은 요정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물건 모으기를 좋아한다.

아마도 요정들은 각각의 물건에 쪽지를 붙여 이름과 날짜 그리고 설명을 써놓았을 것이다. 수집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굵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요정 카론이 몽당연필을 들고 늘 “정리가 기본.” 이라고 말하며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A, B, C … 분류별로 물건들이 모인다. 갈색 스웨터를 입은 요정 린은 조용히 뒤에 앉아, 작은 유리 조각으로 물건을 살피며 연도와 날짜, 사연들을 적어 내려간다.


흔한 머리핀과 고무줄은 버려진 티백 종이에 던져 놓으며


‘-20250724 / 131-’


이렇게 날짜와 개수만 적는다.


귀걸이는 약통에 소중히 담으며


‘-20230116 / 귀걸이 / 유행 때문에 샀다가 알레르기 때문에 3번 착용 뒤, 착용하지 않음, 한쪽은 11월 8일에 잃어버렸으나 어디서였는지 기억나지 않음-’


으로 기입하지 않았을까?


뭐니 뭐니 해도 수집가에겐 사진이 최고다. 낡은 초콜릿 상자에 보관함을 만들어 솜뭉치를 바닥에 깔고, 사진 하나하나를 가는 끈으로 감아 정성스레 눕혀둔다. 사진 뒷면엔 작고 흐릿하게 사연을 적어둔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은 포장지에 있던 리본으로 액자를 만들고 실타래로 만든 소파 위에 걸어 두었을 것이다.


- 20110807 / 양양 / 대학교 때 친구들과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빌림. 생각보다 재밌어서 즐거웠음-‘


뿌듯한 얼굴로 자신들의 컬렉션을 늘려가는 요정들의 표정이 보인다. 나보다 더 소중히 나의 추억들을 보살피고 있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더 이상 뺏기지 않도록 물건들은 살펴봐야겠다. 나의 물건들이, 기억들이,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다시 한번 꺼내어 추억들을 보아야겠다.


운이 좋으면 낡은 초콜릿 상자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뜻한 솜뭉치 위 달콤했던 시간들. 분명 어딘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잊혀진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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