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도밍고 데라깔사다D-13
부제: 축복이라는 것은 자기가 살면서 만들어 놓은 행적에서 얻어지는 결과
by
이슬
Oct 15. 2025
돌발사고 때문에 어제의 여정은 엉망이었다.
우울한 기분으로 나헤라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나헤라는
아랍어 Naxara에서 유래되었으며, “바위 사이의 도시”라는 뜻이다.
중세 시대에는 나헤라 왕국의 수도였으며,
아랍과 기독교 문화가 혼합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산타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 (Monasterio de Santa María la Real)은
11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으로, 15세기에 여러 차례 개축되며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고 한다.
수도원 내부에는 고딕 양식의 합창석과 바로크 양식의 제단화가 남다르다고 한다.
나헤릴렌세 박물관 (Museo Najerillense)은
수도원장의 옛 궁전에 자리 잡은 박물관으로,
구석기시대 유물부터 로마 시대 도자기와
중세 이슬람 및 기독교 유물까지 다양한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알카사르 데 나헤라 (Alcazar de Nájera)는 고대 유적지로,
나헤라의 중세 왕국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
나헤라는 산타 아고 까미노 여정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곳이지만 대부분 오고 가는 길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 마치 목적인 것 같은 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그것은 알베르게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침대를 차지하기로 한 후부터이다.
이 규칙은 까미노 순례의 심각한 폐해이다.
여행사에서 팀으로 왔기 때문에
개인 여행이면서 마치 단체 여행인 것 같은 이상한 여정이 된 것이다.
한 집단에서 몇몇이 모여 세력을 이루면 이런 왜곡된 현상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순응하고 따라간다.
처음엔 까미노 여정을 즐기며 여유 있게 길을 걸었는데,
잠자리에 대한 집착이 생기면서 그저 빨리 도착하는데 목적을 두기 시작했다.
어쩜 이것은 변명이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시간 여유가 있으니 나가서 돌아다녀도 된다.
하지만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서
숙소 안에서 어정거리다가 시간을 보내 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에 대한 자책이 심해졌다.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자기 형벌을 주러 온 것 같았다.
심란하고 괴로웠다.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내는 것이 어쩜 이다지도 힘겨운 지 모르겠다.
나헤라에서 산토도밍고 데라 깔사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로 가는 길은
6km 지점에 아소프라를 지나 9.5km 지점의 시루에나를 거쳐가면
산토도밍고 데라 깔사다에 도착하게 된다.
나헤라에서 출발하여 아소프라에 가는 길에는
스페인을 닮은 붉은 황토와 포도나무가 레온의 황무지까지 이어진다.
아소프라는 아랍인들의 마을이었다고 전해지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포도밭과 밀밭은 걷다 보면
조용한 마을 시루에나에 도착하게 된다.
시루에나를 지나고 나면 급한 내리막 경사를 한 시간가량 걷게 되면
역사적인 도시 산토도밍고 데라 깔사다에 도착하게 된다.
길을 걸으면서 온전히 까미노의 여정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어지럽다.
함께 산티아고를 오자고 했던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싫다고 각각 시기를 달리하여 왔다.
남편과 인솔자가 잘 아는 분이어서 그분을 통해 남편은
나의 안부를 묻고 길을 걷고 있다.
우리 팀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
어떤 이는 부러워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시기하고 질투도 한다.
인솔자가 남편이 전한 메시지를 다른 이들이 있는 곳에서 전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놀리기도 하여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어제처럼 위기에 쳐하니까 남편이 그리워졌다.
남편이 있었다면 순례길이 좀 더 편안했을 것이다.
남편은 산티아고 오기 전에 스페인 말을 열심히 공부했고
기본적인 회화는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쌓았다.
그런 남편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막상 여정에 올라보니 남편 말이 모두 맞다는 것을 알았다.
산티아고 까미노는 일반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여정이었다.
마치 원시 시대로 돌아간 듯,
스스로 혼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알아가야 하는 생존여행이기 때문이다.
포도나무들이 자라는 맑고 쾌적한 농경지가 풍요로워 보였다.
산토도밍고 데라깔사다까지 3개 마을을 지나갔다.
푸른 밀밭과 노란 유채 꽃이 스페인 들판 어디를 가든지 황홀한 전경을 펼쳐준다.
일차 산업과 수제업이 스위스를 지탱하는 중요한 중심축에 하나라는 것은 개발 우선
주의는 다른 나라에 주는 메시지는 중요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보다 코스가 짧고 평탄한 곳이라
걷기는 편했지만 지루하기도 했다.
거친 바위 길과 굴곡 진 길들은 걸어갈 땐 고통과 아픔을 주지만
그를 통해 애착도 깊어지는 듯하다.
발바닥의 물집은 이제 자리을 잡았다.
멍든 발가락의 고통도 잊은 채 걷고 또 걷는다.
아니 잊은 것이 아니라 견디며 걷는다.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서 산티아고 여정은 한번 왔다 가면 죽기 전엔 잊지 못하는 길이 되는 것 같다.
뼈와 살에 새기기 때문에.
산티아고 까미노를 걷는 것은
신의 가호와 축복을 기원하는 기도의 또 다른 형식이다.
누구나 신의 축복을 원한다.
축복이라는 것은 자기가 살면서 만들어 놓은 행적에서 얻어지는 결과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인생은 스스로 축복을 만들며 살아갈 일이다.
밖에는 제법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을 비가 그쳐서,
밝고 맑은 길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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