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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내 인생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by 이슬


2026년은 붉은말의 해로 불의 기운이 강하다고 한다.

1959년 기해생 돼지띠에겐

대운이 찾아드는 해라고 하니, 새해가 시작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며칠 전 날아든 메일 한 통이 나의 기대를 현실로 바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분배관리부에서 최초의

저작권료를 보낸다는 메일이다.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이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얼마 전 협회에 가입하라는

안내를 받고

회원가입을 했던 일이 떠오른다.

"와! 저작권료라니?" 신기하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된 지 올해로 만 2년 2개월.

동인지와 문학지에 꾸준히 글을 발표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서툰 글들을 올린다.

알고 보니 내 글 중 하나가

방송 콘텐츠로 활용되었던 모양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 자체로 경제적 이득을 얻은 것은 내 인생 최초다.

아니, 정확히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남편이 다니던 회사 사보에 글을 응모하여 고료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심심풀이로 쓴 글이었고,

지금은 '작가'라는 이름으로 쓴 글이기에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비록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긍심을 주니

내게는 천금보다 값지다.



사실 나의 문학적 감수성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다.

그 시절에 누군들 시인이 아닌 이가 있던가?

우린 모두 시인이다.


운동장 벤치에 걸터앉아

푸른 하늘을 보며 목이 터져라 "나 어떡해!"를 부르던 시절.

당시 유행하던 그 노랫소리로 운동장은 터져 나갈 듯했던 그때,

우리 가슴은 항상 아렸다.


그래서 시를 썼고, 교내 백일장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문학의 밤에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2023년 12월, 월간 '시사문단'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다.

이후 동인지 '빈여백' 등 다양한 문학지에

글을 발표한다.

2024년 겨울에는 '창작수필'을 통해 수필가로도

이름을 올린다.


사실 문예지에 글을 발표한다 해도 몇 명이나

내 글을 읽어줄까 싶기도 하다.

볼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 쓰는 이에게 첫 번째 독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매일의 일상과 심상을 스케치하듯 써 내려가다 보면

그 글들이 살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어느새 스스로 황금빛 들판에 씨를 뿌리는 농부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수수문학 집필진

지적 문화적 수준이 높은 우리 국민은

모두 작가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

등단이 하늘의 별 따기였던 시기도 있었으나,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기량이 향상되었다.

전 세계로 퍼지는 K-Culture의 열풍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는 증거다.

"입금해 드린 방송사용료 분배내역서를 보내드리오니

첨부 파일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는 간결했지만 내 가슴에 남긴 파문은 결코 작지 않았다.

2026년 붉은말의 해, 기해생 황금돼지띠에게 찾아온다는 대운의 첫 관문이 바로 이 저작권료인 것 같아

행복하다.

칠순 언덕 앞에서,

나는 Log out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향해 손으로 Log in 한다.

내 인생의 진짜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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