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참된 신앙이란

by 이슬

안개 자욱한 산 능선을 따라 26Km의 피레네 산맥을 걷고 또 걸어서 스페인 첫 번째 마을 론세스바에스에 도착했다. 피레네 산맥 정상에서 더는 걸을 수 없어 차를 타고 다다른 론세스 바에스에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산타마리아 콜레히아타 성당 안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가 보이니 반가웠다. 이 알베르게는 규모가 크고 여행객에 대한 편의를 배려하고 시설도 깨끗한 편이었다.


현관에 도착하니 많은 순례객들이 판초우의를 뒤집어쓴 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도착했지만 온몸이 으슬으슬 한기가 들어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한숨 푹 자고 싶었다. 하지만 알베르게 입장 시간에 맞춰서 수속을 마치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너무 춥고 힘들어서 안내하는 분에게 다가가서 춥다고 어디 들어가서 기다릴 때가 없느냐고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말했다. 다행히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곳에서 일행이 오기를 기다렸다.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분은 키가 크고 다소 코믹해 보였는데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들어 기분 좋았다

론세스 바에스 공립 알베르게 입구

조금 있자 일행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지 가이드가 담당자와 투숙 관련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생긴 듯하였다. 원래는 간단하게 알베르게 자체에서 파악하는 양식에 간단히 기록하고 들어간다고 알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팀들은 간단하게 수속을 마치고 들어갔는데 우리 팀은 푸르덴셜, 여권, 알베르게에서 요구하는 양식 세 가지 자료를 모두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현지 가이드는 몹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수속을 진행하였다. 수속하는 과정에서 다소 담당자와 실랑이가 있었지만 문제들이 잘 해결되어 방으로 들어왔다. 공립이어서 인지 시설과 환경이 깨끗하고 따뜻한 물도 잘 나와서 정말 좋았다.

방을 배정받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일행들과 담소를 나눴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비바람 속에 함께 피레네 산맥을 넘었고 앞으로 긴 여정을 함께 할 사람들이어서 모두 호의적이었다.

스페인 첫 번째 마을인 론세스 바에스는 저녁식사 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걸어가는 십 오분 정도의 거리를 본 것이 다다. 어두운 시간이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론세스바에스는 그곳에 점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휴게소였을 뿐이다.

론세스바에스의 공립 알베르게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또 다른 이름이며 예수의 12 사도 중 한 명이다. 이베리아 반도와 갈라시아 지방에 선교를 하다 순교한 산티아고 사도와 그의 두 제자 아타나시오와 테오도로의 유해가 묻힌 곳이 꼼포스텔라 대성당이다.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까미노를 따라 그가 묻힌 꼼포스텔라 대성당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답게 가는 곳마다 성당이 있고 순례객들을 위한 미사를 늦은 시간에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에 참여하고 다른 이들은 숙소로 돌아와서 고단하고 지친 몸을 침대에 누였다.

나는 견진성사까지 받은 가톨릭 신자였지만, 오랫동안 냉담 중이었고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회의를 느껴 미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참 대단해 보였고 진정 그들이 미사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믿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은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대부분 신앙이라고 하는 행위들을 통해, 무언가를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이, 진정한 믿음보다 강한 자들이 교회와 성당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슬픈 일이다.

산티아고 까미노에서 스페인 첫 번째 마을 론세스 바에스의 콜레히티 성당 안의 공립 알베르게는 무척 쾌적하고 안락했다. 어제의 알베르게와 많은 차이점이 느껴졌다. 낯선 환경에 맞닥뜨린다는 것은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불안한 설렘이 여행의 참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산티아고 까미노에서 한 때 신앙인이 되고자 했던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수비리를 향하여

빗 속에 피레네 정상까지 올랐지만, 더는 걸을 수가 없어서 차를 타고 먼저 도착한 론세스 바에스의 공립 알베르게에서 맞이하는 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산티아고 까미노 자체가 순례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나 자신의 종교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헌신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들 앞에 나는 신앙에 침묵한다. 진정한 믿음과 살아가면서 믿음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이익 사이에서 두 가지를 다 얻기를 원하지만 너무 기복적인 신앙은 다양한 패착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항상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며 아슬아슬한 지점을 따라 곡예하듯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비에 젖은 몸의 물기를 닦고 침대에 몸을 누인다. 나는 이 여정에서 신앙이 아닌 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전 07화생장(오레아가)~ 론세스바에스(Roncesva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