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조건

by 박근홍

아시다시피 ‘보수’는 ‘주의’가 아니다. 현상 유지 욕구는 동물의 본능이다. 그런 본능을 거슬러야 비로소 ‘주의’가 성립된다. 그래서 ‘진보’는 어렵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변증법적 유물론이 필요했고 아직도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그 난해한 이론을 실천에 옮기는 역할을 학벌 엘리트들이 담당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동력이 되어야 할 학벌 엘리트들이 급격히 보수화된 것이다. 결국 진보는 추진력을 잃고 '운동권'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보수가 되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처럼 변화가 아닌 해석에 집착한 채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며 고립을 자초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진보다. 정도와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절대 완성되지 않을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다듬는 과정은 예술가의 숙명이다. 그럴 수 없다면 예술가가 아닌 예술가 호소인일 뿐이다.


진보의 본질은 개혁이다.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의지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낡은 이론으로 현실을 재단할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이론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진보가 아닌 진보 호소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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