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이었다.
성가대 없이 반주하는 나와 마이크로 노래하는 사람, 이렇게 두 명이 맞추면 된다. 미사 시간은 30 여 분.
다섯 곡만 치면 된다.
사제가 들어올 때, 나갈 때, 영성체를 준비할 때, 영성체를 받으려 신자들이 이동할 때, 마지막으로 중간에 글을 읽고 찬양한다는 의미로 알렐루야를 간단하게 노래한다.
그렇게 오래 쳤는데 이런 실수를 한다. 사실 처음에는 구별 못했다. 1년 내내 치는 곡인 줄 알았다.
매번 앞에서 주도적으로 하시던 분이 알려 주셨다. 오늘부터는 알렐루야 노래는 안 한다고. 몇 주 지나면 또 일러주신다. 오늘부터는 한다고. 아바타처럼 멈춤과 시작을 챙겨주시니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평일 오전 세 번 정도 하였다. 자주 가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1년 중 40일 정도 알렐루야 노래를 안 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였다.
아이들이 커가며 내 일상도 적응을 하고 돌아갈 무렵 일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오전시간에서 밤 시간으로 자리를 바꿨다. 주 3회 하던 반주 봉사는 평일 밤 1회로 옮겼다.
그 해 2월은 바빴다. 구정연휴, 새롭게 시작한 일 적응하기, 중학생 아이 학원 상담등으로 2주 정도를 빠졌다. 다른 반주자에게 부탁을 하고 나가지 못했다. 몇 명 안 되는 사람끼리 서로 바꾼다.
오랜만에 나갔지만 10분 전에 부랴부랴 도착했다. 끝자리에서 앞자리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사람들은 이미 많이 와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검은색 전자 피아노 앞에 앉았다. 뚜껑을 열었다. 숨을 고르며 전원 버튼을 눌렀다. 파란 전원 버튼이 켜지기까지 5초는 걸린다. 음색이 고정된 정해진 버튼을 누른다. 마지막으로 음량이 원하는 자리에 있는지 훑어본다.
바로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첫 곡을 쳤다. 두 번째 곡은 알렐루야다. 누군가 글을 읽고 나면 내가 전주를 친다. 그러면 그 소리에 사람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다 같이 알렐루야를 부른다.
평소처럼 두 번째 곡의 전주를 눌렀다.
”멈추세요 “
낮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사제였다.
무슨 일인지 바로 알았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싶었다. 40일 동안 치지 않는 알렐루야. 시작한 날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못 채고 음을 눌렀다.
시선들이 내게 쏠렸다.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느꼈졌다.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나 옆 자리로 자리를 이동했다. 머릿속이 후끈해졌다. 목덜미에서 땀이 났다. 얼굴은 이미 귀까지 빨개진 듯 후끈거렸다.
끝나는 동안까지 실수가 생각났다. 그러나 안다. 노래는 이미 지나가버렸으니 다시 떠올려봤자 다음 곡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창피해서 느릿느릿 행동이 느려진다. 나가면서 얼굴 알 만한 사람들에게 멋쩍게 웃어 보인다. 어쩌죠?
사람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실수할 수도 있죠
다음에 잘하면 되죠.
뭐가요?
사람들은 내 실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 독서를 할 때 글을 빼먹거나 다른 부분을 읽어도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끝나면서 왜 그런 실수를 저 사람은 했을까? 이렇게 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내 고민, 생각, 계획이 더 중요하다.
반주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멈추지 않는 게 먼저다. 실수는 바람에 흔들려도 기도의 마음과 정성을 붙들어야 한다. 변함없음은 사실 가벼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