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까지 삑사리

by 시니브로

전자피아노는 전자기계다. 여러 사람들이 공통으로 쓰는 기계는 아무래도 고장이 잦다.


산 지 이제 7,8년이 넘어간다. 요즘 다시 잠잠해졌다. 몇 년 전 뭐가 안 되는지 자주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나는 모르지만 분명 as를 불러 고쳤다.


전자 피아노는 기계마다 사용법이 조금씩 다르다. 전원을 켜고 원하는 섹션을 고정한 뒤 그걸 매번 사용하면 된다. 두 가지 음색을 골라 사용했다. 많이 쓰는 음색은 오르간 계열소리 거나 악기 소리다. 플루 같은 현악기 소리도 자주 조합했다.


소리가 중구난방으로 들린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일괄적으로 소리를 한 개로 통일해서 쓰고 있다. 정해진 박자, 세팅된 음색이다. 아무래도 사람들마다 실력 차이가 있는데 다른 음들까지 섞이니 집중을 할 수가 없는 이유였다.


프랜차이즈가 어디나 같은 맛을 내는 전용 레시피가 있듯 동일한 소리도 나쁘지 않았다.

몇 십 개가 되는 소리 중 단 두 소리만 골라 몇 년째 치니 고장이 더 잦을 수 있는 단점도 있다.


고정된 음색으로 사람들 노랫소리에 맞춰 반주를 하던 날이었다. 치고 있는 중에 전자 피아노에서 트럼펫 소리가 났다. 찢어지는 듯한 소리에 기도하는 마음들이 날아가버렸다. 10 정도의 음량이 두 배가 되어 고막을 날카롭게 울린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얼굴이 빨개질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멈춘다. 그리고 전원을 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 셋 을 센다. 다섯까지 센 다음 다시 전원을 켠다. 파란 불이 들어오기까지 또 기다린다. 세팅된 번호를 누른다. 불이 다 들어온 걸 확인한 후 놓친 노래를 따라 반주를 시작한다.


여기서 두 개의 갈림길이 생긴다.

1. 노래 따라 반주를 했더니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2. 여전히 외계인 소음이 난다.


1번은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마무리한다.

2번은 오늘 내 반주는 끝. 편하게 있자. 누가 봐도 기계 오류니까.


음악, 반주는 그 순간을 지나치면 그걸로 끝이다. 한 번 부른 노래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매번 인생처럼, 시간처럼 알려준다. 지나가 버릴 현재를 흐지부지하지 말자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