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미끄러지면 어쩌자고

by 시니브로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반주를 하는 데 이 음이 맞나 싶은 날.

손이 미끄러지거나

악보에 그려진 음이 낯선 순간.


손이 미끄러지며 다른 음이 나온다.

기계 자체 오류가 아니다..

높은음에서 삑사리다.

오른손이 삐긋했다.


멜로디는 다른 소리를 담는다.

악보를 보고 치면 된다.

그게 끝이다.

단순한 사실인데 다르게 들린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몇 명쯤 왔을까?

이제 얼마나 남았나?

남은 사람 수에 따라 다음 곡을 칠지 말지 결정해야한다.


사람 수를 세다가 한 음을 놓쳤다.

사람들을 쳐다봤다.

누군가 눈치챘을까.

이 정도 작은 소리는 모르겠지.

끝나고 누구도 의식해주지 않고 나 역시 잊는다.


어느 날은 누가 봐도 손이 미끄러졌다.

틀린 게 표가 확 났다.

이럴 때는 악보만 봤다.

어쩔 수 없다는 단호함으로 말이다.



아닌 척, 안 틀린 척 손을 올린다.

절대 손을 떼지 않는다.

처음에는 내가 놀래 멈춘 적도 있다.

그건 아니다.


유튜브 속 가수는 삑사리 영상을 계속 부른다.

미사 반주는 다르다.

한 번의 작은 흔들림은 사라진다.

기도와 함께 머물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골프라운딩에서도 지나간 공은 생각하지 말랬다.

다음 샷에 집중해야 한다.

반주도 같았다.



오래 쳐도 실수는 여전하다.

지금도 긴장하고

가끔 흔들린다.

오만과 겸손을 떠 올린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 치는 반주도 없다.

여전히 가슴 뛰게 만드는 바람이다.

나는 여기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