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형 반주자의 숨 고르기

by 시니브로

‘내 맘 속에 오소서”


지지직 끼익


전자 피아노에 맞춰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건반을 누르는데 소리가 안 났다.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올 게 왔다는 생각에 전원버튼을 껐다.


하나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리고 열


속으로 숫자를 셌다.

다시 전원을 눌렀다.

불이 들어오는데 몇 초의 시간이 지났다.

카드 반만 한 크기의 모니터에 파란 불과 글씨가 떴다.

다시 세팅된 번호 버튼을 눌렀다.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 사이 선창자는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건반 소리가 들렸다. 이제 됐다.



다시 하자.

이게 뭐지?

그 사이에 선창자 음이 내려가 있었다.

반주를 하는데 원래 음을 못 잡는 게 아닌가?

반주와 노래가 따로 놀았다.

오 마이 갓.

두 마디 정도 더 눌렀다.

악보를 보느라 이걸 느끼지 못하셨다.

잠깐 머릿속에서 계산을 했다.

음을 낮춰서 맞춰볼까?

그러다 더 엉망이 되는 거 아냐?


멈추자.


나는 반주를 할 때, 늘 곡이 흘러가는 대로 직진하는 반주자다.

흔들리는 음정도, 꺼지는 전원에도 내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날은 멈췄다. 그게 깔끔했다.


언제까지 좋다고 앞으로 나갈 수만은 없다.

상황에 따라왔다 갔다 하는 게 맞다.

새로 사지 않고 AS로 손만 볼 전자 피아노.

고치고 조금씩 손 보며 사는 것은 인생도 마찬가지다.

직진이 꼭 정답이 아니라는 걸 잠시 깨달았다.

위안받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