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빵순이 었다. 고등학교 때 엄마가 제과점을 인수하실 뻔했다. 건물주 친구 A 가 본인 건물 임차인이 나간다고 엄마에게 의견을 물었다. 인수할 생각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빵을 실컷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먹성 터진 나는 무조건 하자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하지 않으셨다. 전혀 모르는 분야에 기술도 없이 진입하는 게 부담스러우셨다.
빵집에 대한 로망이 마음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40대 초반일 때 옆 동네 작은 빵집에 알바 구함 전단지를 봤다. 고민하다 빵을 사면서 슬쩍 물었다. 어느 연령대까지 뽑으시나요? 대학생만 생각한다는 거절 의사를 듣고 괜히 뒤통수 따가워하며 나왔다. 나이도 많은데 주책이었을까...
코로나가 한창일 때 빵집을 하고 있는 나이 같은 친척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딸 지금 뭐 해? 알바 필요하면 우리 집 어때? 지금 알바가 나간대서 사람을 미리 구하려고."
수줍음도 있고 말도 별로 없는 내가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다.
"아니 걔는 멀어서 안 갈 거야. 나, 나, 나를 써. 나 쓰라고."
사십 대 후반이었다.
빵을 만드는 사장인 남편에게 물어보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또 거절이구나.
친구들은 커피가게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퇴직 후 커피를 내리고 음악과 책을 읽으며 유유자적 노후를 즐기고 싶은 기대감 말이다. 커피보다 빵을 좋아하는 나는 빵집에서 버터 냄새를 풍기며 가게 놀이를 할 생각에 빵집이 좋았다. 빵집을 하려면 바로 시작하는 것보다 분위기랑 돌아가는 걸 알고 하면 이로울 거라 생각했다.
바로 전화가 왔다. 언제까지 나올 수 있냐고 묻는다. 면접이고 뭐고 바로 합격이다.
보건소 가서 보건증 (건강진단결과서)을 발급받아야 한다. 식품, 요식업, 위생분야 종사자들이 업무 종사하기 전 내는 서류다. 전염성 질환 감염 여부인 결핵, 장티푸스, 파라티푸스를 체크한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식당 종사자, 급식실 조리사, 제과점 직원들에게 필요하다.
내가 할 일은 빵 계산만 하는 건가? 기대감에 신이 난다. 여름휴가까지 다 다녀온 뒤 출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