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숨바꼭질

by 시니브로

악보를 처음 보고 바로 치는 걸 '초견'이라고 한다.


한음 한음 또박또박 치는 초견을 지나면 알 수 있다.


쉬운 부분과 아닌 부분.


한 번만 쳐도 바로 되는 곳과 여러 번 쳐도 자꾸 틀리게 치는 곳.


간극을 줄여 나가기 위해 안 되는 부분은 연습이 필요하다.


한 마디를 치며 숫자를 센다.


시간이 넉넉하면 200번, 아니면 50번 이렇게 세며 연습한다.


그리고 다음 날 쳐도 될 때 안 될 때 다르다.


안 되는 부분은 치고 치고 또 친다.


그게 싫어서 안 한다는 데.


묘하다.


나는 좋다.


그러려고 피아노 친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 되는 부분을 또박또박 치다 좀 되고 앞과 뒤를 연결해 가며 다시 치기.


그러다 그 부분만 튀게 치고 있을 때를 발견한다.


그럼 다시 처음부터다.


하루에 레슨 받고 나면 고칠 때가 열 군데가 넘는다.


하나하나 이렇게 고치려면 그래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을 때는 유튜브로 레슨을 찾아 들어본다.


들을 땐 알듯하다가 내게 치면 이게 또 긴가민가하다.


두 달반, 석 달이면 칠 줄 알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넉 달이 지나도 소리가 어색하다.


다섯 달이 되니 뭔가 잡히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곡이 하나 완성되어 간다.


더 이상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다.


겨우 안 틀리고 치는 정도로 들린다.


음악성은 어디에도 없다.


레슨은 받아도 받아도 고칠 것투성이다.


피아노 숨바꼭질은 여전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