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친구가 필사방을 열었다. 30일 동안 정해진 필사 내용을 그대로 써서 공유하면 인정이 되는 방식이었다.
30일 동안 매일 인증해서 우수상을 받았다. 해본 적은 없지만 좋다니 해보기로 했다.
좋은 글을 따라서 쓰니 작은 보물을 하나씩 얻는 기분이 들었다. 첫날은 운전하다 소식을 전해 듣고 주차 후 적어 올렸다. 가진 게 포스트잇이라 핑크포스트잇에 적어준 글을 한 글자씩 적었다.
1일
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방법은
바로 내 생각에 있다.
오래된 생각을 바꾸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뀐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니체가 답하다> 김종원
하고 있는 와중에 김종원 작가님이 블로그에 필사방을 운영한다는 글을 접했다. 하루 고민했다.
2024년 4월 22일이었다. 필사라는 취미를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단톡방이 500명대라고 들었는데 가입하고 들어가 보니 700명이 가입되어 있었다. 김종원 작가의 책을 필사하는 곳이다. 김종원 작가는 세계 철학자의 필사책을 계속 발간하였다. 시리즈 중 괴테, 니체, 비트겐슈타인, 쇼펜하우어를 필사했다.
좀 지겨워지는 듯해서 철학자 시리즈는 그만두었다.
대신 책을 쓰거나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듯해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2023년 책을 첫 장부터 필사하고 있다. 2025년 12월 30일 현재 단톡방은 300명대이다. 매일 쓰다 어제 빼고 말았다. 슬슬 빠지는 날이 오고 있다. 오늘 세어보니 나까지 19명이 인증 중이다. 700명도 사실 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입만 했지 필사를 700명 모두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700명 중 20명 안에 들어 있다니 혼자 뿌듯해한다.
필사를 왜 하나 괴롭던 시기가 있었다. 왜냐면 휘발되니 너무 아까웠다. 블로그 글을 하나씩 더 썼다. 이게 힘들었다. 철학자 한 마디, 김종원 작가의 덧붙인 이야기. 그리고 확장된 나만의 글을 써야 했다. 쉬운 날은 쓸만했다. 문제는 할 이야기가 없는 날이었다.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거기서 나만의 에피소드가 떠 오르지 않았다. 하면서 징징댔다. 나 이거 왜 하나? 글친구들이 근황을 물으면 왜 하는지 모르는데 한다고 했다.
그러다 그만두었다. 하루에 글 두 개 쓰는 게 어려웠다. 인사이트가 그만큼 없어 쓸 말도 메시지도 없었다.
지나고 보니 그럼에도 했어야 했나 싶다. 양이 있어야 질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 억지로는 안 된다.
필사를 하니 좋은 점은 글씨체를 다시 찾았다.
학생일 때 나는 글씨가 예뻤다. 그래서 편지를 자주 쓴 이유도 있었을 거다.
한 두 문장이라도 자주 쓰다 보니 개발새발은 벗어났다.
책을 읽어도 뭘 읽었는지 자꾸 까먹는다. 문장을 외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이롭다.
피아노 암보도 약해 안 보고 치려면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정쩡하다.
읽고 한 번이라도 적어 내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다.
작은 간절함으로 쓴다.
필사를 하면 좋은 마지막 이유는 작가의 어투를 배우지 않을까 싶다. 김종원 작가의 글을 거의 20개월째 한 문장이상 받아 쓰고 있다. 필력이 그리 좋지 않기에 뭐라도 하는 게 낫다 싶다.
아직 외워지지도 조리 있게 쓰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열심히 말고 '잘'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내년에도 여전히 나는 필사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