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로 생색내는 100억 부자

서비스로 생색내는 100억 부자

by 시니브로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아 드니 젊은 여자가 주저주저 말을 시작한다.

"곰팡이 핀 빵을 먹어도 될까요? “​​

매일 열대야에 폭염경보인 7월, 이 무슨 소리일까?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였다. 30분 거리의 사무실이라 올 수는 없다고 한다. 계좌번호로 환불을 해 드리겠다고 메모지를 찾으며 질문을 계속했다. 계좌말을 듣자 3개가 다 피었다고 하였다.​

싸한 기분이 들었다.​

상황을 다시 정리하며 물었다.

월요일 10시쯤에 선물로 빵을 잔뜩 받았다고 한다. 양이 많아 다음 날 두고 먹으려니 핀 거라고. 그날은 화요일이었다. 10시에 받았다. 거리상 구매는 9 시대에 산 거였다.


전날 빵이었다.


선물 받은 분의 성함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피해가 간다며 머뭇거린다. 절차상 사진이나 구매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혹시 000 회장님 아니신가요?"​

어떻게 아냐며 놀란다. 그날 나의 근무날은 아니다. 전날 빵을 서비스 운운하며 잘 가져가시는 분이셨다. 문제의 빵은 계란 흰자로 만든 시폰이다. 아침부터 시폰 3개가 판매될 리가 없다. 전 날 거라서 돈 계산 없이 서비스로 드린 건데 그걸 남 사무실에 선물을 했으니. 게다가 냉장고에 넣어야 할 빵을 실온에 두고 월, 화를 보내면 곰팡이는 바로 핀다.​ 시폰은 그래서 포장 역시 최대한 빵이 꼬들꼬들 마를 때까지 기다려 오후에 한다.​

빵은 폐기하시라고 했고 서비스 빵으로 나간 거라 환불은 없던 이야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무척 죄송하다고 말을 드렸다. 한 번 꼭 오시라고도 했다.


사장님과 문제의 회장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한 건지는 모르겠다. 웃긴 건 100억 대 부자라고 동네에서 회장님으로 불린다. 나는 부자가 참 좋다. 그런데 이 분은 아니다. 빵을 공짜로 막 집어가길래 처음엔 건물주인가 했다. 어느 날은 계속 집어 가길래 물었다. 사우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불쌍하다며 주는 거라고 했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지? 그럼 빵집 사장 부부는 안 불쌍한가? 나는 알바인데 그럼 나는? ​같이 따라온 손님들도 희한하다. 달아 놓으라며 빵을 집어가고 계산도 안 한다. 알바에게 이러지 말라며 한 두어 번 카드 받았다.

​현금으로 100만 원을 주시고 고정으로 빵을 가져가신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미 그 100만 원 상쇄하고도 남았는데 여전히 그러신다는 거다. 그렇게 화려하시더니 이번 일까지 생겼다.

​그러면 안 되는데 안경 쓴 청바지 입은 60대 남자분을 보면 약간 경계 비슷한 걸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이거다.

남의 것으로 생색내지 말자. 일단 부자부터 되자. 남에게 베풀자. 시폰은 바로 폐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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