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없이 라이트 한 반주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노래하는 사람에 맞춰 전체 사람들 기도에 방해되지 않도록 건반을 누른다.
몇 십 년째 같은 책으로 치는 반주라 실수가 딱히 없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가끔 반주 중에 놓치는 경우가 있다. 손은 건반 위에서 가고 있는데 살짝 딴생각에 빠지는 경우다.
1절일 경우보다 말다 하면 따라간다. 노래가 고요하게 흐르고 노래하는 선창자의 목소리가 하나가 될 때다.
끝나고 할 일이 세탁기, 빨래 개기 또 뭐가 있더라 음...
저 사람이 오랜만에 왔네? 아프댔는데, 이제 괜찮나? 문병 갈 건데.
옷을 저렇게 입으니 예쁜데. 나도 비슷한 게 있던가? 버렸나? 하나 살까?
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갑자기 눈앞의 악보가 멀다.
다시 정신을 여기로 가져와 찾아보지만 가사는 이미 다른 줄로 넘어가 있다.
악보가 하얗게 보이는 순간이 간혹 있다. 눈앞의 악보가 아는 음인데 낯설다. 1,2절로만 된 노래는 딴생각을 하다가도 바로 찾긴 한다. 긴 노래들은 더 걸린다. 3절 가사인지 4절인지 악보에 적힌 단어들이 새롭다. 아무 음을 대충 치면 다행이다. 손끝이 멈출 때가 있다. 매의 눈으로 선창자 목소리의 가사를 찾지만 이미 나는 길을 잃었다.
갑자기 치다 만다. 소리가 뚝 끊긴다. 사람들이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한 번씩 쳐다본다.
존재감을 알리기에 좋은 방법이다.
저 왔습니다. 결석 안 했습니다.
손으로 치면서 눈으로 가사를 헤집고 다녀야 한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노래는 끝난다.
그 순간을 영원하며 나는 변함없이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