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어제 면접을 보고 왔다고 했다. 면접관으로. 스펙이 너무 많아 落을 시켰다고 했다.
또 한 응시자는 너무 똑똑해서 落을 시켰다고 했다.
4:1의 경쟁률을 뚫고 스펙이 적당하고 , 그리고 덜 똑똑한 사람을 뽑았다고 했다.
웃었다. 아니 씁쓸했다.
그 똑똑한 친구는 자기의 낙방의 이유가 똑똑하고 정확하게 대답하고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인걸 알까?
어학연수에 이력서 줄이 모자랄 만큼의 넘치는 자격증.
땀 흘리면 받은 봉사 점수 때문에 떨어졌다는 이유를 알까?
한 번은 친구가 딸이 면접 때 입을 등산복을 사야 한다고 했다.
산행면접이라나?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끼리 산에 풀어놓고
무슨 기준으로 낙과 통을 시킬까?
궁금했다. 너의 이유가.
수많은 너의 이유. 나의 이유
오랫동안 그 이유를 몰라서 회의에 빠진 적이 있었다.
왜. 왜. 왜?
선택받지 못했을까?
모든 것이 다 문제 같고 모든 것이 늦은 것 같고 이른 거 같았던 모순들.
다 내 탓으로 돌리며 세 찬 바람을 맞았던 거 같다.
모든 것을 벗겨진 채로, 모든 것이 상처가 되어
하지만. 살다 보니 살아보니 알겠다.
수많은 落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의 이유가 아니고 너의 이유였던 걸.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고 네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걸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네가 찾던 역할이 다를 뿐이었다는 걸
너와의 이별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운명이었다는 걸.
비우다 보니 알게 되었다.
버리다 보니 알게 되었다.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세상의 이유를
세상의 선택을
세상의 기준을
너의 이유에서 찾는 것이 아니고 나의 이유에서 찾아야 된다는 걸~^^
나로부터 비롯된 세상~
가끔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땅에 떨어진 자존감을 주울 때 말이다
나ㆍ비
나ㆍ비
나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