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묵직하다."
“간단하게 묵직하다.”
7 / 10
주사위 로그라이크. 다이 인 더 던전에 대해 논해봅니다.
주사위를 모으고 전투하는 방식은 덱빌딩 로그라이크, 로그라이트 경험자들에겐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규칙과 질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짝 꼬아 기존과 다른 생각과 전략을 세우게 하는 묘미를 지닙니다.
특히 주사위의 눈뿐만 아니라 주사위를 두는 위치가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이런 차별점으로 인해 주사위의 눈이 크다고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주사위를 두는 공간의 모양이라던가 주사위 배치를 방해하는 적들의 공격이 유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간단하게 묵직하다’는 한줄평은 사실 칭찬과 비판을 섞은 문장입니다. (아직 얼리엑세스 상태이긴 합니다만) 게임의 분량이나 콘텐츠 자체는 간단한 만큼 부족하거나 반복성이 강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만큼 금방 질리는 점이 있죠. 묵직하다는 말은 수치 시스템에서 비롯됩니다. 체력, 공격력 등의 단위가 아무리 높아 봐야 30 안팎인 게임이기에 +1, +2 와 같은 작은 버프도 앞으로의 게임 진행을 크게 바꾸어놓죠. ‘다시 굴리기’로 주사위의 눈을 바꾸거나, ‘강화’로 주사위의 눈을 높이는 메커니즘도 존재하지만, 서술했듯 게임의 분량이 길지 않고 기본적인 수 단위가 작기에 결국 ‘운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내게 유리할 확률을 높여줄 여러 기능이 존재하지만, 운에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라 간단한 게임 이상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게임의 장점을 부각시킨다고도 생각합니다. 다이 인 더 던전은 애초에 가벼운 아케이드 게임이고, 가벼운 만큼 운에 의지하는 플레이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역설적 매력을 지닙니다. 이번 판이 망하더라도 다시 다음 판을 하기에 전혀 피로가 없는 것이죠. 이 부분이 간단하지만, 시시할 정도로 가볍지는 않은 게임성과 로그라이크의 만남이 만들어낸 좋은 균형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딱 이 정도로 가벼워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게임의 진행은 빠르고 직관적입니다. 선택지가 명확해 리듬감이 있고, 매 턴 생기는 미세한 고민이 적당한 긴장과 쾌감을 만들어내죠. 로그라이크의 핵심인 리플레이성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게임성은 너무나도 훌륭하고 아직 얼리엑세스 게임이기 때문에 기다릴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즐기는 로그라이크 게임은 정말 찾기 힘들죠. 다이 인 더 던전은 그 욕구를 적절하게 채워주는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권 안’이고, 계속해서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