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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24. 2023

Samaritan House

나무인간 53

2019. 5, 2 - 5, 12 진행된 175 기획공모 선정, 갤러리 175 (구 안국동 소재) '한강의 글'에 전시된 텍스트입니다.



Samaritan House     


1. 그녀는 그가 자신의 섬에 극장을 건립하려는 계획에 반대한다. 극장은 위장하여 본연과 다른 성격을 취하고, 자신과 다른 인격을 연기하고 냉정한 상태로 흥분하며,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하는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궁극의 공간이란 이렇게 스스로를 다른 사람의 처지에 완벽히 이입함으로써 자신을 완전히 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섬의 극장이야말로 아주 자연스러운 가상유혹의 장소라 비난한다.    

 

2. 속이 비치는 집을 원한 사마리아인의 선의지가 위선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의 도덕은 뒤도 앞도 아닌 상들이 드러나는 폭정으로 귀결된다. 결과로 추함이 제거된 투명한 게토에서 이방인들은 서로의 죄수임과 동시에 간수가 된다. 그곳으로부터 모든 출입을 금지한 비물리적 독재는 이율배반적인 폭력이지만, 그들은 오직 그 감옥 안에서만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절대적 명령을 내리고 실천하는 이중주체적 사마리아인의 규율은 이렇다.     


“온 세계가 보거나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은 절대로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 나 자신이야말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밖에서도 다 보이는 집을 짓고 싶어 하는 가장 투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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