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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an 25. 2024

또 새해

나무인간 71


연말엔 어이없고 슬프고 아팠다. 연초가 되어도 후유증이 가시질 않는다. 1월을 흘려보낼까 하다가 간만에 정신과를 찾았다. 연례의식. 의사는 내게 지난 여름과 똑같은 종류와 양을 처방했다. 약이 많다. 조금만 먹고 싶은데, 싫다. 나는 언제부턴가 새해 다짐을 하지 않는다. 커피 술 줄이고, 운동하고, 햇볕 쬐고 깨끗한 음식 먹고… 결국 지키지 않을 약속을 소셜미디어에 새해란 핑계로 적는 게 무슨 의미일까.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태만하고 망상에 빠져있다. 가장 나다운 모습. 무엇을 하려거나 되려 하지 않기에 당연하다. 그런 상태에서 슬픔과 허망에 휩싸여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자기 연민에 빠진 자위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만을 떠올리며 참아내는 수밖에 없다. 애꿎은 어금니만 갈려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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